
이재명정부는 어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검찰청을 폐지한 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조직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 감독만 총괄하는 금융감독위로 개편한다. 과학기술부총리 신설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 등 새 정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은 필요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일부 내용이 그대로 확정된 점은 우려스럽다.
현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부처의 ‘상왕’ 노릇을 하던 기재부의 권한을 줄이고 기재부에는 경제정책 총괄 기능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 권한이 없는 재정경제부가 지금처럼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기획예산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면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예산 당국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총리실 산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실의 예산 장악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고려하면 재정 건전성이 더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개혁’의 일환인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수청은 중대한 형사사법 체계의 변경인데도 여권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공소청·중수청 설치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것인지 등은 당정 간에도 견해가 엇갈린 탓에 결론이 미뤄졌다. 여권 지지층의 요구나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혀 합리적 토론은 실종됐다. 유예 기간에는 정치적 고려에 앞서 국민 편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서 결론을 도출해 내길 바란다.
특성상 규제 부서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산업부 소관이던 에너지 진흥 업무를 맡기는 것은 정책 목표의 상충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계의 에너지 비용 급증 우려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 감축 계획 이행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논리가 채택됐다. 이제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계의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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