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3개·15개 혈청형 중 선택 가능
폐렴은 암, 심장 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3위(2023년 기준)를 기록하는 질병이다. ‘폐렴’이라고 하면 보통 감기 등 상기도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폐렴 원인의 27∼44%는 폐렴구균에 따른 것이다.
폐렴구균 질환은 감염 후 며칠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택진 교수의 도움을 받아 폐렴구균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폐렴구균은 ‘폐렴만’ 일으킨다?
폐렴구균의 감염 형태는 비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NIPD)과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IPD)으로 나뉜다. 이 중 치명률이 높은 것은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이다. 이는 폐렴구균이 뇌·척수를 둘러싼 혈류나 조직 등을 ‘침입’했을 때를 이르는 말로, 뇌수막염, 균혈증, 균혈증 동반 폐렴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뇌수막염과 균혈증은 사망률이 높고, 생존하더라도 청력 손실이나 발달 지연 같은 회복이 어려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반면 비침습성의 경우 성인에서는 폐렴, 소아에서는 급성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등으로 흔히 나타난다.
◆폐렴구균은 노인만 조심할 병?
지난해 국내 폐렴구균 질환 사망자의 약 90%는 60세 이상 고령자다. 고령층이 특히 폐렴구균 감염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위험성은 고령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소아의 경우 IPD 발생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만 1세 미만이 ‘고위험군’이다. 5세 미만 소아에서 발생하는 IPD 사례의 절반 이상이 생후 첫해에 집중된다. 또 폐렴구균성 뇌수막염 3건 중 2건이 이 시기에 발생하고, 이 중 약 3분의 1은 사망에 이른다.
이 교수는 “생후 첫해는 면역 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면역 미성숙기’로, 외부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은 시기”라며 “폐렴구균성 질환 발생의 위험이 높은 시기인 만큼, 백신 접종을 통해 미리 충분한 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아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시점까지 총 3차 접종한 후, 12~15개월에 4차(부스터)를 접종한다.
◆13, 15, 20? … 폐렴구균 백신 선택 기준은?
폐렴구균은 100개 이상의 혈청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약 20개 혈청형이 전 세계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의 8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혈청형 3번이 성인 침습성 폐렴구균성 질환에서 가장 흔한 원인이다. 성인의 경우 혈청형 13개, 15개, 20개, 23개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영유아는 13개 혈청형(프리베나13·PCV13)과 15개 혈청형(박스뉴반스·PCV15) 백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두 백신에는 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가 공통으로 포함됐고, PCV15에는 22F와 33F가 추가됐다. PCV13이 가장 오래된 백신인 반면, PCV15는 혈청형 22F, 33F의 국내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혈청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면역원성(항체 형성) 기준을 충족해 국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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