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공세로 고전하는 TV 시장에서 내년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서비스 수익 확대·신시장 개척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 CEO는 이날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 개막에 맞춰 전시관을 둘러본 뒤 국내 언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CEO는 TV 사업과 관련해 “코스트(가격) 경쟁력을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올해 노력을 많이 했고 내년에는 코스트 경쟁력을 꽤나 갖춰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의 공세로 디바이스 경쟁에서 겪는 어려움을 TV 운영 체제인 웹OS(webOS) 플랫폼 등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인도·중동 등 성장 중인 글로벌 사우스 시장도 난관을 돌파할 해법 중 하나다. 그간 LG전자가 접근하지 않은 중저가·보급형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하량 기준 LG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9.2%), TCL(13.7%), 하이센스(11.9%)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TV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LG전자가 TV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자 실적 저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CEO는 “설비·연구개발(R&D) 투자와 마찬가지로 인력에 대한 투자도 계속 이어져야 된다”며 “고급 인력들이 들어올 수 있게 인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지금 있는 인력들에게 회사가 여러 보상을 제공하려면 인력 구조가 선순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하시면 이런 패키지를 드릴 테니까 가겠느냐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고 이에 기꺼이 응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저희도, 희망퇴직에 응하시는 분도 둘 다 좋은 뜻으로 기꺼이 하게 되는 길을 바라고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로 중국 업체와 합작개발방식(JDM)을 선택했다. JDM은 ODM(제조자개발생산)이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달리 협력업체와 처음부터 제품을 공동 기획·개발하는 방식이다. 경쟁력이 올라간 중국 제조 생태계를 JDM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판단이다. 국내 부품 생태계에는 반갑지 않은 행보다.
조 CEO는 “당분간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경쟁과 협력이라는 두 관점에서 중국과 중국 업체를 봐야 한다”며 “경쟁도 해야 되지만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중국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며 “중국은 코스트라든지 생산 쪽에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역량을 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DM이 LG전자의 정체성과 품질 수준을 오롯이 담기 힘든 한계가 있는 반면 JDM은 LG의 색을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조 CEO는 “JDM의 기회는 중국 업체뿐 아니라 우리 (한국) 협력 업체들한테도 주어질 것”이라며 “협력업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잊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TV 사업은 고전 중이지만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조 CEO는 데이터센터 관련 냉각솔루션, 부품·장비 사업, 전장(전자장비) 사업, TV의 웹 OS 플랫폼 등을 통해 “매출과 이익이 함께 성장하는 사업구조로 순조롭게 전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LG전자 하면 TV와 냉장고로 기억을 많이 하지만 B2B를 포함한 비하드웨어(non-HW), 구독, D2C(소비자 직접 판매) 등 질적 성장 영역이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8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질적 성장 영역은 장기간 고객과 거래하고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질적 성장 영역을 드라이브(추진)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점점 건강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전자는 최근 냉각 솔루션과 전장사업에서 잇따라 성과를 냈다. 조 CEO는 “인도네시아, 미국에 이어 사우디 네옴시티에도 데이터센터 관련 냉각솔루션 공급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현지 전력회사 아쿠아파워, 전자 유통기업 셰이커 그룹, 데이터 인프라기업 데이터볼트 등과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냉각솔루션 공급 등에 협력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데이터볼트는 사우디 정부 주도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에 중동 최대 규모 넷제로(에너지 중립)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조 CEO는 “네옴시티 건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볼트의 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이 다 들어가게 되면 아마 조 단위 (매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냉난방공조(HVAC) 담당의 ES사업본부가 끌어가는 쌍두마차에서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장 산업에 대해서는 “요즘 전장만 바라보면 얼굴에 웃음이 지어진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조 CEO는 “LG전자 전장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분야에서 7~8%의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전장 사업 전체를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외부에 공급하는 부품솔루션 사업과 스마트 팩토리 판매 역시 알짜 수익원이다. 조 CEO는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올해 목표 수주 금액인 4000억원의 85%를 달성해 사업 개시 2년만에 외판 수주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전업계의 화두는 AI다. LG전자 역시 올해 IFA에서 ‘LG 씽큐 온’을 중심으로 AI홈 솔루션을 공개하며 ‘LG AI홈’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다만 AI홈 솔루션의 한 축인 모바일 기기가 부재한 것은 아쉽다. 조 CEO는 경쟁사와 비교해 불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TV 등 홈 가전과 자동차 등을 다 포함하면 (LG의 AI 탑재 기기가) 1년에 1억대씩 만들어지고 있고 현재 나가 있는 기기도 3억∼4억대는 될 것”이라며 “AI가 적용되는 기기의 비중과 관련해 (기기의) 퀄리티를 좀더 올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했다.
AI 홈에 대해서는 결국 기술의 싸움이자 고객 경험의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조 CEO는 “고객 경험에 대한 부분은 지난 70년 가까이 정말 연구를 많이 해왔고 지금도 고객 경험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70~80명의 전문가들이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 AI 홈은 다르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올해 IFA를 기점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질적 성장과 지역 맞춤 제품 전략을 통해 유럽 가전 매출을 5년 내 2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유럽 시장 맞춤형 신제품 25개를 내놓았다. AI 기능 외에도 유럽에서 수요가 많은 빌트인, 유럽 시장의 주 관심사인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조 CEO는 유럽에서 5년 내 1위를 거머쥘 가능성에 대해 “120%, 그게 우리 포부”라고 했다.
우주항공 사업 관련 계획에 대해서는 “텔레메틱스(차량용 통신부품사업) 분야는 세계 1위이며, 보유하고 있는 통신 관련 표준특허도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며 “LG전자가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인만큼 이노텍 등 그룹사와 협력해 사업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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