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보도로 형성된 여론 탓 아닌가
미국에선 ‘종교의 자유’ 침해 지적 잇따라
논란 휘말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필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계자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청 건축과를 찾았다. 얼마전 용산구 내 가정연합 천승가정교회에 구청이 보낸 공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교회 지붕에 그려진 가정연합의 상징 로고를 제거하라는 구청 측 요청에 항의하고, 수익자 부담에 따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답변서다.
가정연합은 옛 용산구민회관을 인수해 2008∼2010년 리모델링하면서 지붕에 해당 로고를 그려넣었다. 사각형 내 중심 원에서 12방향으로 직선이 뻗어나가고 이를 다시 시계방향 화살표로 감싼 모양이다.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참가정의 이념과 철학을 시각적·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용산구청은 이를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문양이라고 단정짓고 보이지 않게 제거하라는 공문을 가정연합 측에 보냈다고 한다.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기본 욱일기 모양과 확연하게 다르다. 원에서 직선이 뻗어나가는 형상만 비슷할 뿐이다. 그런데도 용산구청은 ‘욱일기 문양으로 주장하는 민원이 반복접수된다’는 이유로 제거 요청을 한 것이다.
가정연합 로고에서 욱일기를 연상하는 발상 자체가 놀랍지만, 터무니없는 민원을 토대로 지울 것을 요청한 구청 측 행태가 더욱 놀랍다. 이런 논리라면 불교의 만(卍)자 문양이 파시즘 나치의 상징과 유사하니 지우고, 서울시내 교회 옥상의 숱한 십자가도 민원이 제기되면 떼야 하는 것이냐는 가정연합 한 관계자의 항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용산구청 한 지자체의 비이성적 행정으로 가벼이 여길 일만은 아닌 듯하다. 가정연합의 김건희씨 금품제공 의혹에 대한 김건희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의 무리한 수사와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가정연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부채질하는 현실이다.
7월18일 채해병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자택 등을, 김건희 특검팀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경기 가평 통일교 세계본부와 천정궁, 서울 용산구 통일교 한국본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목사 측 변호인은 특검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이 목사 부인이 통화를 제지당해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측도 입장문을 내 “천정궁은 통일교 1000만 신도의 총본산”이라며 “특검 수사팀은 이러한 성역의 존엄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검사와 수사관은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종교적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통일교 측은 특히 한학자 총재가 거주하는 공간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지나쳤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종교지도자의 내실까지 강제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특검 수사에 대한 높은 여론의 지지가 높은 국내와 달리 복음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는 종교 자유의 침해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달 27일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위기(The Korean crisis of freedom and democracy)’라는 제하의 기고를 “이재명정부가 한국 정치와 종교에 숨막히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는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아예 “한국의 종교 지도자 한학자를 향한 법적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deeply troubling)”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2시간40분 앞두고 ‘숙청(purge)이나 혁명(revolution)’을 언급해 파장이 일었던 것도 이런 미국 내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내 시각을 보수 강경파인 ‘마가’ 세력의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했다는 식으로 흘려들을 건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내란 척결’ 분위기가 고조된 우리나라와 사뭇 떨어져 보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숲 속에서 나무를 셀 수 있겠지만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것처럼 한발 비켜서면 더 큰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통일교는 지난 70여년간 기성 기독교 종단으로부터 온갖 박해를 받아온 소수종교가 아닌가. 종교 자유의 침해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학폭 대입 탈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4/128/20251104518667.jpg
)
![[데스크의 눈] 트럼프와 신라금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8/12/128/20250812517754.jpg
)
![[오늘의 시선] 巨與 독주 멈춰 세운 대통령](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4/128/20251104518655.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시인이 개구리가 무섭다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4/128/20251104518643.jpg
)







![[포토] 윈터 '깜찍하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1/300/2025103151454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