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지자체 시정 의무 있어” 판단

일부 목욕탕에서 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해도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여성 손님이 수건을 많이 쓰고 집에 가져가는 경우도 잦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여성가족부 전신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이는 성차별이라는 유권해석을 25년 전 내놓았지만, 정당한 사유재산권 행사라는 반발에 부딪혀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영업 방식에 대해 행정지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성별에 기초한 차별이라며 한 지역 시장에게 이에 대한 행정지도를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한 목욕장업소가 ‘여성에게만 입장료와 별도로 수건 2장에 대해 1000원의 대여비를 부과해 성차별을 당했다’는 진정을 접수한 데 따른 조치다.
업체 측은 “여성 사우나에서 수건 회수율이 현저히 낮아 수건 재주문 비용이 들게 됐고 결국 여성 손님에게 수건 1장당 50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이 지역 내 6곳 이상 업체도 “여성 손님에게 수건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청 역시 이러한 관행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지역 내 목욕장업소를 관리하고 감독하지만, 법령에 가격 결정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강제로 조치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통계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 없이 특정 성별 전체에 불리한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일반화의 우려가 있다”며 “수건 분실이나 추가 사용으로 인한 비용 문제는 반납 체계를 강화하거나 추가 사용 시 개별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등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지자체에 이를 시정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국가는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해서도 이를 방지하고 시정할 책무가 있다”며 “관할 지자체가 관련 법률상 가격 책정에 대한 직접적인 시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차별적 요금 부과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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