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콜요청금지’ ‘보편적인 노래’ 등으로 사랑받아온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43)이 첫 책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세미콜론)을 출간했다. 잡지 연재 글을 모으고 새로운 글을 더해 39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윤덕원은 “연재 당시엔 그저 매주 고민하며 써내려갔는데, 지나고 보니 일정한 결을 따라가고 있었다”며 “쓰는 방식과 태도에 대한 고민이 책으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책 제목에 담긴 ‘열심히 대충’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창작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한 윤덕원의 오랜 궁리가 담긴 표현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 전 마무리 단계에 더 예민해지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정작 창작과 일상의 균형이 무너지기도 해요. 과정에는 열심히 임하되, 자신을 짜내는 마무리는 조금 대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담았죠.”
창작의 원천이 고갈된 듯한 어려움을 느낀 시간이 책의 원료가 되기도 했다.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지 않은 시기가 있었어요. 잘해내고 싶은 욕심 탓에 뭔가를 만드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죠. 지나치게 애를 쓰고 전전긍긍하는 부분에서 조금 유연할 수 있다면 여러 어려움을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작과 무관한 독자들께도 유의미한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책과 함께 동명의 싱글 음원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도 발표했다. ‘이젠, 열심히 조금 대충 쓰는 사람이 될래요’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3분23초 분량의 소박한 곡이다. 그는 “책의 OST로 만든 곡”이라며 “책을 읽은 뒤 디저트처럼 들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음원에는 책을 작업한 세미콜론 동료 8명이 코러스로 참여했다. 윤덕원은 “글쓰기는 고독한 싸움 같았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은 수많은 출판사 동료와의 협업이었다”며 “이들과 의견을 나눈 시간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브로콜리 너마저’는 결성 20주년을 맞았다. “지금 정도의 활동 레벨을 팀원들이 50대 초중반까지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60∼70대까지도 창작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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