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을 한 번은 꺾겠다.”
2025시즌 K리그1 개막을 앞두고 유병훈 FC 안양 감독은 서울을 향해 날을 세웠다. 유 감독은 “처음 K리그1에 올라온 팀이기 때문에 하위권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서울을 정조준했다.
이런 유 감독이 마침내 서울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다.
안양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8라운드 서울과 경기에서 역사적인 서울전 첫 승리를 따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안양이 득점에 성공했다. 안양은 박스 오른쪽에서 마테우스가 최전방으로 침투한 토마스에게 공을 건넸고, 토마스는 이를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선취골을 뽑은 안양은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후반 2분 안양 자책골이 나왔다. 김진수가 조영욱에게 크로스를 올렸는데, 안양 수비수 권경원 몸에 맞고 골문안으로 들어갔다. 1-1 팽팽했던 상황, 두 팀은 거친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경기는 과열됐다. 후반 5분 조영욱과 김운이 몸싸움을 벌이다 경고를 받았다. 싸움에 가담한 안양 김정현에게도 옐로카드가 나왔다.
교체 투입된 모따가 후반 33분 안양의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을 올렸다. 모따는 야고의 왼발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재빠르게 밀어 넣어 투입된 지 13분 만에 골맛을 봤다. 시즌 11호 골이다. 서울은 조영욱과 린가드를 문선민과 천성훈으로 교체하며 반격을 노렸지만, 끝내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일부 안양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승리를 만끽했다. 유 감독 역시 “안양을 지켜준 팬들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며 “서울을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안양은 승점 33을 쌓으며 9위로 뛰어 올랐다.

두 팀은 족보로 얽혀 있다. 프로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1983년 충청도를 기반으로 ‘럭키금성 황소’가 창단했다. 연고나 지역 기반이 무색했던 시절 럭키금성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렀다. 럭키금성은 1990년 연고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서울에 자리잡았다. 1991년에는 LG 치타스라는 새 이름과 함께 서울 동대문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썼다. 하지만 1995년 LG는 서울을 떠난다. 서울 공동화정책에 따라서다. LG 치타스는 결국 안양으로 내려갔고, 이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할 팀이 필요했다. LG 치타스는 이 자리를 차지했고, 팀 명도 FC서울로 바꿨다. 팬은 남았지만 축구팀이 사라진 것이다. 안양은 2013년 시민구단 FC 안양을 출범해 K리그2에 뛰어들었고, 올 시즌 마침내 서울을 상대로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FC서울 입장에서는 ‘원래 연고지로 돌아온 것’(복귀)이지만 안양 팬 입장에선 ‘홈팀이 연고지를 떠난 것’(이전)인 셈이다. 두 팀은 족보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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