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를 포함한 50개 주 전역에서 무려 약 500만명이 참여한 시위의 공식 명칭은 ‘노 킹스(No Kings)’. 지난 1월 2기 집권 이후 권위주의적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담은 시위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 진영이 공공연하게 “왕이 되려 한다”고 비판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행보는 거침없다. 집권 직후부터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행정명령과 인사 권한을 사용하더니 최근에는 LA와 수도 워싱턴 등에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군 병력을 동원하는 등 더 큰 논란을 부르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을 인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강경한 치안 대응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그의 ‘마이웨이’식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통치스타일에서 권위주의적 색채가 1기보다 더 짙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당시 “취임 첫날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7개월간 정책 수행의 권위주의적 성향 더 강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특히 ‘트럼프 (2기) 시대는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연방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권리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1기 때와는 달리 2기 집권기에는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반대하는 측근조차 거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껏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1기 집권기에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민 정책에 반대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흔들려는 시도를 견제하는 등 백악관 내부 조직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정책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지만 지금은 아무도 트럼프에게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비스트이자 트럼프의 측근인 브라이언 랜자는 “트럼프의 뒤에 서서 그를 흔드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며 “트럼프 1기 때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논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보좌진들이 ‘제3세계 구경거리처럼 보일 것’이라며 만류해 포기했던 군사 퍼레이드를 지난 6월 강행했다. 이 퍼레이드 강행은 전국적인 ‘노 킹스’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드물게 참모가 조언을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발행한 가상화폐의 구매자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것이 이해충돌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보좌진의 만류를 무시했고, 최근에는 백악관에 연회장을 건설하면 동관(이스트윙) 일부를 철거해야 해 일상 업무와 견학에 차질을 빚는다는 주위의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기 행정부에서 의회 담당 수석보좌관을 지난 마크 쇼트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백악관 대변인이 칭송하기까지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에 대한 타고난 소질과 미국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기묘한 능력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라이스대에서 대통령 역사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브링클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제도를 통제하고자 한다”며 “그는 모든 사람의 멱살을 잡고 ‘책임자는 나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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