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490조… 10년간 2.3배 증가
주식·채권 늘어 투자도 선진국형
美비중 29%로 1위… 수익 상승세
규모는 OECD 38개국중 16위
GDP 대비 26위… 英·獨보다 낮아
“외환·기술·공급망 안전판 역할
전략 투자 필요… 규제 완화해야”
한국이 순채권국으로 올라선 후 지난 10년간 해외투자 규모가 2.3배 늘어 ‘투자영토’가 넓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 투자가 5.2배, 채권은 4배 증가하는 등 방식도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 주식·채권·직접투자 모두 미국에 들어간 돈이 가장 많았다. 최근 투자 수익률은 4%대로 선전했다. 다만 해외투자 규모는 주요 선진국 중 16위로 여전히 경제규모에 비해 작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이런 내용의 ‘해외투자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투자자산은 2조5100억달러(약 3490조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6위다. 이는 한국이 대외 순채권국으로 처음 전환한 2014년 1조700억달러(약 1490조원)보다 2.34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투자자산 비율은 134.4%로 OECD 38개국 중 26위였다. 이는 영국(499.7%), 프랑스(357.7%), 독일(309.2%), 일본(264.4%)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한국이 그간 기대어온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활발히 해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 과실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해외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투자방식도 선진국형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4년에는 준비자산(33.9%), 직접투자(24.3%), 예금, 대출 등 기타투자(19.9%)의 비중이 컸다. 위험회피 성향의 신흥국형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직접투자(30.4%), 주식(29.6%), 채권(10%) 비중은 증가하고 준비자산(16.5%), 기타투자(11.7%)의 비중은 줄었다. 주식 등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선진국형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10년간 주식은 투자규모가 5.2배, 채권은 4배, 직접투자는 2.9배 늘어났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투자 수익률도 개선됐다. 2000∼2004년 해외투자 수익률은 2.9%였으나, 이후 2010~2014년 3.6%, 2020~2024년 4.4%로 꾸준히 높아졌다.
한국이 가장 많이 돈을 넣은 국가는 미국이었다. 2023년 직접투자 중 미국의 비중은 29.6%로, 중국과 홍콩을 합친 17%보다 컸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중국·홍콩이 32.8%로 1위, 미국이 17.9%로 2위였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도 11.7%에서 17.7%로 증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커졌다.
주식·채권투자에서도 미국 비중이 2013년에서 37.1%에서 2023년 59.2%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홍콩의 비중은 9.4%에서 2.8%로 하락했으며, 유럽은 28.1%에서 20.6%로 축소됐다. 한국과 비슷하게 미국에 대한 투자집중도가 높은 국가는 일본, 캐나다다.
상의는 “해외투자는 거시경제와 외환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쿠션’이자 선진기술과 지식 습득, 공급망 안정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전략적 목적의 해외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기업 인수 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업종을 확대하고 국가전략광물에 투자할 때는 정부 융자나 민관 공동투자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해외투자 자금 조달과 해외 수익의 재투자를 위해 현행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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