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제도 개편 방향에 제동을 걸었다. 정 장관은 그제 국회에서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 방향에 관해 “독립된 행정위원회의 성격을 가진 국수위를 전체 국정의 기획·조정을 맡은 국무총리실 아래 둬서 4개 수사기관(경찰·국가수사본부·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권한이나 관할 조정을 맡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국수위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담당하는데, 최근 통계상 4만건 이상에 이르는 이의신청 사건을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다루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실에 바탕을 둔 타당한 지적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검찰개혁이 졸속으로 이뤄지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 구축은커녕 오히려 국민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그래서 “‘검찰개혁 4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상식적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 아닌가. 여당이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수청을 어디에 둘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을 놓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 경찰 업무가 가중되고 수사 기간이 지연돼 국민 피해가 되레 커졌다. 수사권 조정의 결과가 이 정도인데 검찰 해체가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여권 강경파들은 정 장관에 대해 “역적이냐”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지 못한 채 검찰청 폐지부터 밀어붙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 장관의 말마따나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여당은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 법안을 올려드리겠다”며 속도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정책 실패와 국민 피해를 막는 길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