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대표 강경 일변도에 국민 피로감
야당 동반자 인정하는 통 큰 정치를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반탄파)라도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 이 대통령은 어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공식적인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뽑은 사람들 역시 국민”이며 “(내가) 여당 도움을 받아 여당의 입장을 갖고 대선에서 이겼지만, 당선돼 국정을 맡는 순간부터 여당이 아닌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당한 발언이다. 헌법재판소는 4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해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준엄히 꾸짖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제1야당을 내란 집단으로 규정하고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여당 대표와 달리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에 나설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대야 압박 노선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 대해 “여당 대표인 정 대표 입장과 대통령 입장은 다르다”고 했다. 정 대표는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발언과 정 대표 행보가 굿캅, 배드캅(Good Cop, Bad Cop)식 정치적 역할 분담은 아니기 바란다. 헌재가 밝힌 대로 정파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공익 추구가 대통령 책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 본인 말대로 통합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귀국하면 야당 대표와도 만나 미·일 순방 결과를 소상히 설명하고, 새로운 국민의힘 대표도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정부·여당에 협조하기 기대한다.
오늘 김문수, 장동혁 후보 중 누가 되든 국민의힘 대표는 반탄파다. 반탄파와 전한길씨로 상징되는 극우세력이 주도할 제1야당 현실이 우려되지만, 거여 대표의 강경 일변도 독주에 상당수 건전한 상식의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제1야당 전체를 내란 집단으로 몰아붙여 정당 해산 운운하고,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악수도 하지 않는 속 좁은 정치를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정 대표가 대화는 실종되고 갈등만 요란한 정치에서 탈피해 제1야당을 국정 동반자이자 견제자로 인정하는 통 큰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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