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金·오부치 선언’ 승계도 성과
공동이익 기반한 ‘공영’ 토대 구축을

이재명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을 통해 이뤄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더욱 심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그제 정상회담 후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안보, 경제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소통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한·일이 정상회담 후 공동발표문을 채택한 것은 17년 만이다. 협력 필요성에도 과거사 문제, 수출통제 등 일본의 대한(對韓) 적대 정책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공동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언급했다고 명시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이 선언은 오부치 총리가 과거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했음을 밝혀 한·일 관계의 이정표가 된 바 있다.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다시 문건을 통해 이 선언의 승계를 분명히 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와 이시바 총리의 한·일 협력 중시 노선의 결과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북·러 밀착, 중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위기 속에서 한·일 관계 강화는 한·미·일 연대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양국이 앞으로 안보 문제를 포함해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지방 활성화 등 공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과 인적교류 확대 등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구체적 성과로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일은 모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에 나선 데 이어 동맹국에 국방예산과 주둔 미군 경비 증액을 요구하는 경제, 안보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자유무역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광복 80년, 국교정상화 60년 동안 양국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착실히 관계를 발전시켜왔듯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이익에 기반한 최적의 파트너로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공동번영의 토대를 구축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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