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정치 이어가며 사실상 ‘지선 모드’
與 부글…지도부서도 “신중 행보”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사면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복당과 동시에 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맡으며 대표직 복귀 수순에 들어갔고, 전직 대통령들을 찾으며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여권에서도 조 전 대표 행보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는 24일 오전 혁신당 창당 선언을 했던 부산 민주공원을 찾고, 오후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후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을 문 전 대통령과 함께 관람하고 관객과 대화도 진행할 계획이다.
25일에는 경남 진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난다. 26∼28일에는 광주와 전남 담양, 전북 일대를 찾을 예정이다. 전남 담양은 혁신당 첫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곳으로,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앞서 조 전 대표는 출소 사흘 만인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공개활동에 나섰다. 이후 언론 인터뷰,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당대표 복귀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21일 조 전 대표의 복당이 최종 의결되자 당 최고위원회는 그를 당 싱크탱크인 혁신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했다.
동시에 조 전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출소 이후 22일까지 페이스북에만 약 20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19일에는 유튜브 채널 ‘조국TV’에 1분44초짜리 사면 후 첫 영상을 게시하고 ‘좋아요, 구독, 댓글, 알림 설정’을 당부했다. 조 전 대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한 소통도 예고했다.

조 전 대표 페이스북은 자신의 행보를 알리는 홍보성 내용 위주에서 점차 현안 관련 글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22일 가상자산(코인) 보유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재산 신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민주당 김남국 전 의원의 항소심 무죄 소식과 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옷값 특활비’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났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언론을 비판했다.
조 전 대표가 자숙 없이 초고속 복귀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그동안 감옥에 있어서 정치적 행보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 최초의 정치인 사면을 통해 복귀하신 분이고, 대통령실의 사면·복권에 대한 메시지나 국민의 입장 등을 고려해 조금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중 처음으로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공개 주장했던 강득구 의원은 이번엔 공개적으로 자숙과 성찰을 주문했다. 강 의원은 “조 전 대표가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며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혼란스러운데 국민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나”라며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보편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이런 기류는 최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 향후 정치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사면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 속 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라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조 전 대표가 일찌감치 선거 모드에 들어가는 등 ‘자기 정치’에만 골몰한다는 불만이 여권 내 팽배한 것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이 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앞서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사면으로 여권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에 대해 “제 사면의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n분의 1 발언 등에 대해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며 “사면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이 “사면 자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그 부분의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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