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해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후테크’는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관련 시장은 2032년 205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될 만큼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전 세계 118개에 달하는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중 국내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수많은 국내 예비 유니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기업육성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의 회사도 한전의 ‘KEPCO 에너지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기술 개발과 해외진출 등을 집중 지원받아 회사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을 통한 글로벌 유니콘 육성을 위하여 2017년부터 운영 중인 ‘KEPCO 에너지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345개의 유망 기업 발굴, 987억원의 민간 투자 유치, 1321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려면 단일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스타트업, 공공기관, 대기업,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규제 해소와 새로운 제도 도입, 무엇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스타트업의 모험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한전에서 추진하는 몇 가지 방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개방형 플랫폼 ‘에너지 이음’ 구축이다. 이 플랫폼은 분산된 협력 프로그램의 창구를 하나로 통합하고 연구개발(R&D) 인프라 공유, 기술 및 투자 매칭지원, 시장·기술정보 제공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규제 샌드박스의 제도적 한계를 뛰어넘는 전력망과 생활권을 결합한 테스트베드라 할 수 있는 ‘규제프리 실증존’ 조성이다. 이곳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소·암모니아, ESS 등 복합기술을 전력망에 연계해 검증하고 생활 데이터를 분석·적용하는 ‘리빙랩’ 방식으로 제품 완성도와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최초로 ‘기술지주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공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유망기업에 투자해 성장을 돕고, 이들이 한전과 함께 해외 신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한다. 발생한 수익은 국내산업에 재투자하여 또 다른 기업을 육성하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앞으로 실증, 투자, 제도 전반에서 한전과 같은 공기업의 역할이 기후테크 산업 전반의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건강한 생태계가 정착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할 최초의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중심에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김경학 케빈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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