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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대통령 향해 “美·日에 ‘먼저 북한에 다가가도 좋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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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9 14:51:29 수정 : 2025-08-19 14:51:28
도쿄=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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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방·개혁 길 터야…핵심은 北·美 수교
이시바 총리에도 北과 관계개선 권장해야
北·러 밀착 느슨해질 우크라戰 후가 적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는 23일 한·일,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앞으로 남북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이 먼저 북한에 다가가도 좋다는 언급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18일 도쿄 신주쿠구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일본 추모강연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수교까지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결국 그 공은 이 대통령에게 돌아온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8일 저녁 도쿄 신주쿠구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 일본 추도식에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한반도 평화정책 전망과 재외동포사회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적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남북 간 대화·교류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개방·개혁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재명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 핵심 고리는 미국과의 수교”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 동결부터 시작해 비핵화까지 순서를 밟아 나가는 동안 (북·미) 연락사무소를 먼저 열고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북한에 차관이 들어갈 수 있도록 미국이 배려를 해 주는 방식으로 길을 터 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북·일 관계 개선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남북 간이든 대화가 계속되는 한 북한은 군사적으로 장난을 못 친다”며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도 북·일 관계로 치고 나간다면 정권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접근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시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매듭지어진 직후가 될 것이라고 정 전 장관은 진단했다. 그는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넘어오면서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 북한 장마당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북한 인민이 살기 어려워지면 김정은 체제는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외화가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 때문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파병 군인 1인당 20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쟁이 끝나 파병이 종료되면 경제난 해소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북·러 관계가 지금은 밀착이 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면 북한은 갈 데가 없다”며 “이재명 정권은 그걸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접촉 시기를 결정할 변수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정 전 장관은 전쟁이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로 가려고 할 것이라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인정해버렸기 때문에 양자 관계의 순서를 어떻게 잡을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까지 몇 단계를 거쳐서 갈 것인지, 그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반대급부로는 무엇을 제시할지 미국이 로드맵을 확실히 그려서 막후 접촉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뒤에라야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가 있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강연은 김대중재단 일본위원회와 동경민주연합이 공동 주관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상열 동경민주연합 대표는 참석자들의 헌화 후 이어진 추도사를 통해 “작년 12월3일 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파괴 위기를 맞아 여기 많은 분들도 신주쿠역 앞에 모여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당신이 외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정신과 ‘두려움보다 정의를 택하라’는 가르침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며 “지난 정부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남북 평화의 문이 다시 한번 열릴 수 있도록 천상에서 지켜달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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