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신호 작동 여부 등 조사 필요…'곡선 구간' 기관사 과실도 확인해야
각종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일이 반복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19일 운행 중이던 열차가 선로 주변 근로자 7명을 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 등 관계기관이 사망자가 나온 이번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전문가 등은 전반적인 사고 상황을 고려할 때 관리·감독 소홀 등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관련 기관 등이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제1903호)가 선로 근처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열차에 치인 작업자 7명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5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구조물 안전 점검 전문업체 소속이고, 코레일 소속도 있다.
이들은 최근 폭우로 생긴 경부선 철도 남성현역∼청도역 구간 비탈면 구조물 피해를 맨눈으로 점검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전문가 등은 열차가 사고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에 근로자들이 선로 주변을 이동하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고가 현장 안전관리 소홀이나 대피 신호체계 오작동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고가 난 구간이 '곡선 구간'인 까닭에 열차 기관사가 사고 지점까지 이르러서도 선로 주변 작업자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뒤 브리핑에서 "(사상자들이) 작업을 하러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차가 전기로 가서 소음이 별로 안 난다고 하더라. 피해자분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고 열차가 사상자들을 뒤쪽에서 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열차가 접근할 때 작업자들이 선로 주변을 걷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전형적인 인재로 보인다"며 "통상 선로 주변에서는 열차가 들어오기 전이나 완전히 지나간 후 작업자들이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대피 신호체계가 제때 작동했는지, 현장 감독자가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고로 사고 구간 상행 선로를 이용해 상·하행 열차가 교대 운행한 탓에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사고 열차는 이날 낮 12시 44분께 목적지인 경남 진주 방향으로 다시 출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다친 근로자 등을 상대로 소속 회사와 작업 책임자 등이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승인을 받고 작업자 이동이 이뤄졌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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