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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덮친 화마에 母子 참변… 스프링클러 없었다

입력 : 2025-08-17 19:02:59 수정 : 2025-08-17 22:35:50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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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전동 아파트 화재 2명 사망·13명 부상

14층서 불… 2시간반 만에 진화
60대 어머니·20대 아들 숨져
유족 “스쿠터 배터리 충전 중 불”
일부 주민 “실외기서 발생” 증언
18일 합동감식… 정확한 원인 조사
노후단지 65% 스프링클러 미설치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모자 관계였다. 불이 난 곳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은 전체 층에 스프링클러를 무조건 설치해야 하나, 이 아파트는 1998년 준공돼 불이 난 14층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 지상 18층·지하 1층 규모의 이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한 세대에서 시작돼 2시간31분 만인 오전 10시42분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16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186명을 포함해 총 252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시커먼 불길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불로 2명이 숨졌고, 13명이 부상했다. 숨진 2명은 모자 관계였다. 뉴스1

이 화재로 60대 여성과 20대 남성 등 모자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사망한 모자는 불이 난 14층 세대에 살고 있었다. 아들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아버지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은 4층 위인 18층에서 발견됐다. 그는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지면서도 아들의 행방을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 합동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목격자들은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유족 등은 아들의 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일 오전 갑작스러운 화재로 이 아파트 주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이날 화재가 난 동 10m 거리 경로당 앞 벤치에는 16층에 산다는 한 남성이 맨발에 뒤가 뚫린 슬리퍼를 신고 작은 짐가방 하나만 멘 채 넋 놓고 앉아 있었다. 손날에는 검은 분진 가루가 묻어 있었다. 주변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모여 있었고, 방진 마스크와 물병 여러 개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주민 89명을 긴급 대피시켰으며, 이재민을 위해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주민들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현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배관시설에 가압된 소화수를 사방에 뿌려 불을 빠르게 진화하는 시설로, 주로 건물 천장이나 벽 등에 설치된다. 이 아파트는 1998년 준공됐는데, 당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14층은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소방시설법이 규정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배관과 소방용수 보관소 공사 등으로 비용과 설치 기간이 많이 들고, 주민들의 거주가 불가능해지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지어진 노후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65%인 2만8820곳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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