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타로 12년 만에 신기록 갈아치워
버디만 31개… 첫 ‘노보기 우승’은 불발
경기 내내 선두 달리며 2위 9타차 압도
1억8000만원 상금 품고 통산 3승 달성
공황장애 이겨내고 2승… 다승왕 경쟁
홍 “올림픽 금메달 꿈… 미국 무대 도전”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홍정민(23·CJ)은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해 준우승도 두 차례 기록하는 등 톱10에 8차례나 진입하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30개 대회에 출전해 8차례 컷탈락했고 톱10은 5차례에 그쳤다. 이유가 있었다. 2023년부터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대회 중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지는 증세가 갈수록 심해졌고 피부 알레르기 증상까지 겹치자 홍정민은 병원을 찾았다.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 장애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오자 그는 앞이 깜깜해졌다. 불안감이 심해졌다. 급기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포기하긴 일렀다. 홍정민은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갔다. 어머니는 힘들 때마다 “괜찮아. 거의 다 왔어. 힘내”라며 딸을 응원했고 이는 홍정민에게 큰 힘이 됐다. 다행히 공황 장애 증세도 누그러졌다.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
공황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 5월 ‘메이저 퀸’에 오르며 완벽하게 부활한 홍정민이 이번에는 KLPGA 투어 역대 최소타 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홍정민은 17일 경기 포천시 몽베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묶어 7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9언더파 259타를 적어낸 홍정민은 유현조(20·삼천리)를 무려 9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시즌 2승 및 통산 3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

1라운드 7언더파, 2라운드 8언더파, 3라운드 7언더파를 기록하며 3라운드 합계 22언더파 194타를 적어낸 홍정민은 마지막 날도 신들린 샷을 선보이며 1~4라운드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6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홍정민은 한 차례도 6타 차 이내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4번 홀(파4)까지 3타를 줄여 우승과 최소타 기록 경신을 일찌감치 예약한 홍정민은 5번 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7번 홀(파4) 버디로 만회한 뒤 9~10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떨구며 추격자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홍정민이 써낸 259타는 2013년 김하늘이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적어낸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265타)을 6타나 넘어선 신기록이다. 29언더파 역시 종전 김하늘, 유해란, 이정민의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23언더파)을 훌쩍 넘어선 신기록이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낚은 버디만 31개다. 다만 5번 홀(파4)과 17번 홀(파3) 보기로 아쉽게 KLPGA 투어 최초의 72홀 노보기 우승 기록은 놓쳤다.
지난 5월 메이저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홍정민은 3개월 만에 시즌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시즌 3승 이예원(23·메디힐), 2승 방신실(21·KB금융그룹)이 주도하는 다승왕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또 이번 시즌 준우승 3번 포함 톱10 성적을 8차례 기록하면서 이예원을 제치고 상금 1위(8억9892만원)에 올랐다. 대상 포인트 랭킹도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었다.
홍정민은 경기 뒤 “기록보다는 내 기량을 원 없이 펼쳐 보이고 싶었다. 29언더파는 믿기지 않는 타수로 내가 이런 타수를 쳤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생긴다”며 “올림픽 금메달이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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