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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왜 시칠리아 와이너리 돈나푸가타 손을 잡았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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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5 06:00:00 수정 : 2025-08-14 19:50:28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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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공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더 레오파드’ 배경은 시칠리아/주세페 토마시 소설·드라마에 여름 별장 돈나푸가타 등장/소설·마리아 카롤리나 왕비 역사적 사건서 영감 받아 와이너리 ‘돈나푸가타’ 탄생/대표 와인 ‘밀레 에 우나 노테’로 넷플릭스 스페셜 에디션 만들어

돈나푸가타 6대손 가브리엘라 파바라 . 최현태 기자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중 하나가 1800년대부터 와인을 빚은 유서 깊은 돈나푸가타(Donnafugata)입니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 모임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i)’의 멤버인 돈나푸가타의 시그니처 와인은 1995년 첫빈티지를 선보인 밀레 에 우나 노테(Mille e una Notte). 최근 이 와인 2021 빈티지 레이블에는 ‘오징어 게임’ ‘케데헌’ 등 K-컨텐츠로 먹고 살다 시피하는 넷플릭스의 빨간색 로고 크게 박혔습니다. 돈나푸가타가 선보이는 넷플릭스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많은 와이너리중에서 왜 파트너로 돈나푸가타를 선택했을까요.

밀레 에 우나 노테 넷플릭스 더 레오파드 스페셜 에디션. 최현태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더 레오파드'

◆더 레오파드와 돈나푸가타

2025년 3월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더 레오파드(The Leopard)’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팔레르모 출신 작가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Giuseppe Tomasi di Lampedusa, 1896–1957)의 장편소설 ‘일 가토파르도(Il Gattopardo·표범)’가 원작입니다. 앞서 1963년 개봉된 버트 랭커스터와 알랭 들롱 주연 ‘더 레오파드’도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일 가토파르도는 시칠리아 귀족 사회의 몰락과 이탈리아 통일 시기의 변화를 그린 역사소설로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소설과 넷플릭스 드라마는 1860년대 시칠리아 귀족 가문 살리나가의 마지막 후계자 돈 파브리지오 살리나(Don Fabrizio Salina) 공작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가문과 신분의 존속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의 별명이 레오파드인데 가문의 문장이 표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더 레오파드’

소설과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찾는 여름 별장이 등장하는데 바로 가상의 공간 ‘돈나푸가타 저택(Palazzo di Donnafugata)’ 입니다. 실제 시칠리아 동남부 라구사(Ragusa)에는 돈나푸가타 성(Castello di Donnafugata)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친척이 소유했던 이 돈나푸가타 성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속 별장을 창조합니다. 돈나푸가타는 ‘달아난(Fugata) 여인(Donna)’이란 뜻. 실존 인물로 나폴레옹 군대에 쫓겨 시칠리아로 피신했던 마리아 카롤리나(Maria Carolina) 나폴리·시칠리아 왕비를 뜻합니다.

팔라쪼 필란제리-쿠토(Palazzo Filangeri-Cutò).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돈나푸가타는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 남부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 지역에 가장 많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30분을 차로 달리면 아그리젠토 산타 마르게리타 디 벨리체(Santa Margherita di Belice)에 있는 저택이 등장하는데 카롤리나 왕비가 거주했던 피난처중 한 곳입니다. 소설 일 가토파르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팔라초 가토파르도(Palazzo Gattopard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진으로 거의 파괴됐고 이후 부분적으로 재건돼 현재는 시청, 가토파르도 박물관(Museo del Gattopardo), 주세페 토마시 문학 공원 재단,  산 알레산드로 극장으로 사용됩니다.

돈나푸가타 마르살라 와이너리. 홈페이지

 

돈나푸가타 마르살라 와이너리 테이스팅룸.

돈나푸가타는 이처럼 포도밭 위치, 소설에 등장하는 저택 이름, 카롤리나 왕비의 역사적인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어 1983년 와이너리 이름을 돈나푸가타로 짓게됩니다. 콘테사 엔텔리나는 소설과 영화에서 돈나푸가타 저택이 있는 장소로도 묘사됩니다. 이런 인연으로 넷플릭스와 돈나푸가타는 손잡고 최근 콜라보 와인 밀레 에 우나 노테(Mille e una Notte) 2021 레오파드 스페셜 에디션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이탈리아 와인과 콜라보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24년 2월 인기 리얼리티 쇼 ‘러브 이즈 블라인드(Love Is Blind)’ 시즌6 공개를 기념해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컵 케이크 빈야드(Cupcake Vineyards)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러브 이즈 와인 샤르도네(Love Is Wine Chardonnay)’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리얼리티 쇼에서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골드 글라스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는데 출시와 함께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돈나푸가타 마르살라 셀러. 최현태 기자
마리아 카롤리나. Anton Raphael Mengs 작품

◆‘돈나푸가타’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

돈나푸가타의 실제 주인공 마리아 카롤리나 나폴리·시칠리아 왕비는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국모’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의 13번째 딸입니다. 바로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의 언니입니다.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때 국고를 낭비한 죄와 반혁명을 시도한 죄명으로 처형된 비운의 여인이죠. 동생 앙투아네트의 처형에 충격을 받은 언니 카롤리나는 프랑스 혁명을 적극 반대하고 나섭니다. 정치적인 야심이 강해 왕을 대신해 권력을 휘두르던 카롤리나는 영국·오스트리아와 동맹을 맺고 프랑스를 상대로 1차 연합전쟁를 치릅니다. 1798년 프랑스가 로마 공화국을 점령하자 카롤리나는 제2차 연합전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1805~1806년 프랑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1세)가 나폴리 왕국을 재침공해 점령하고 나폴레옹의 형제, 조셉 보나파르트를 왕으로 세우자 결국 카롤리나와 남편 페르디난도(Ferdinando) 4세 등 국왕 일가는 시칠리아로 쫓겨나듯 도망갑니다. 카롤리나는 나중에 남편에게 미움받고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추방된 뒤 63세의 일기로 사망하는 기구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돈나푸가타 성. 홈페이지

시칠리아 라구사의 돈나푸가타 성은 실제 카롤리나가 거주했다는 근거나 기록은 없습니다.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이 뒤섞이면서 카롤리나 왕비가 이 성에 거주한 것처럼 전해질 뿐입니다. 중세 시절 한 귀부인이 강제 결혼을 피해 돈나푸가타 성으로 도망쳤다는 민간 설화도 전해집니다. 돈나푸가타 성은 19세기 중후반 바론 코리오(Riccardo Arezzo De Spuches) 가문이 중세 요새를 개조·확장하여 만든 신고딕·바로크·베네치안 스타일 혼합 저택입니다. 건물 규모가 매우 크고 방이 120개 이상이며 주변에는 넓은 정원과 미로 형태의 헤지 가든이 있습니다. 군사적 목적보다는 귀족의 여름 별장과 사교 공간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돈타푸가타 성은 현재 박물관, 문화행사 공간,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로 쓰입니다.

가브리엘라 파바라. 최현태 기자

◆6대를 잇는 시칠리아 와인

돈나푸가타를 소유한 랄로(Rallo) 가문의 6대손 가브리엘라 파바라(Gabriella Favara)를 만났습니다. 돈나푸가타는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가브리엘라는 현재 수출마케팅 매니저를 맡고 있습니다. 가브리엘라는 또 시칠리아와인생산자협회(Assovini Sicilia)에 소속된 와이너리중 40세 미만의 젊은 생산자로 구성된 ‘제네라치오네 넥스트(Generazione Next)’ 회장으로도 왕성하게 활동중입니다. 밀라노의 대학에서 경제·경영학을 전공한 가브리엘라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이탈리아 북부 식품분야 기업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고, 3년전 와이너리 비즈니스에 합류했습니다.

지아코모 랄로. 홈페이지
가브리엘라 안카 랄로. 홈페이지

돈나푸가타 역사는 18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칠리아 마르셀라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디에고 랄로(Diego Rallo)가 ‘랄로 와이너리(Rallo Winery)’를 설립하면 와인을 빚기 시작합니다. 당시 생산 와인은 주로 시칠리아의 유명한 주정강화와인 마르살라였습니다. 디에고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4세대인 지아코모 랄로(Giacomo Rallo)와 아내 가브리엘라 안카 랄로(Gabriella Anca Rallo)가 1983년 지금의 돈나푸가타를 설립합니다. 지아코모는 2006년 이탈리아 기업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카발리에레 델 라보로(Cavaliere del Lavoro, 노동 공로 훈장)를, 가브리엘라는 2018년 ‘코멘다토레(Commendatore, 이탈리아 공화국 훈장)’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딸 호세 랄로(José Rallo)와 안토니오 랄로(Antonio Rallo) 남매가 공동 CEO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세 랄로의 딸이 가브리엘라입니다. 호세 랄로는 뉴욕의 블루 노트에서 공연한 재즈 가수이기도 합니다. 그는 음악과 와인을 연계시키는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지아코모, 안토니오, 호세, 가브리엘라 홈페이지

“제 이름은 할머니 이름인 가브리엘라에서 따왔어요. 손자가 할아버지 이름을, 손녀가 할머니 이름을 이어받는 이탈리아 전통을 따랐죠. 1983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칠리아의 잠재력을 믿고 이곳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고자 돈나푸가타를 설립했답니다. 시칠리아에는 다양한 토착 품종과 여러 생산지가 있어 매우 독창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시골 포도밭과 와이너리에서 포도와 와인 향기를 맡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삼촌 안토니오는 제가 와이너리에서 일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랐고, 와인 업계든 아니든 다른 경험을 쌓기를 원했죠. 이에 경제·경영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다른 직업을 경험했지만, 어느날 가족 사업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래서 어머니와 삼촌과 함께 이 모험, 이 가족 프로젝트를 이어가기로 했죠. 이는 단순히 와이너리를 잇는 것뿐 아니라 시칠리아와 이탈리아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브리엘라 파바라. 최현태 기자

◆시칠리아 컬러를 담다

가브리엘라가 소개하는 와이너리 이름의 유래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할머니 가브리엘라는 시칠리아를 긍정적으로 비춘 작품 ‘일 가토파르도(더 레오파드)’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와이너리 이름을 돈나푸가타로 제안하자, 할아버지 지아코모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해외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걱정합니다. 그러나 가브리엘라는 “걱정 마세요, 지아코모! 믿어보세요. 제가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여인의 로고를 그려서 보여드릴게요”라고 답합니다. 그 여인은 도망치는 여인이었고 결국 자신의 모습이도 했답니다. 가브리엘라는 원래 영어 교사였는데 농장을 물려받으면서 도망치듯 교사라는 직업을 떠나 전혀 생소한 포도 재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라 푸가.
라 푸가. 최현태 기자

가브리엘라 랄로가 그린 여인의 로고는 실제 레이블로 만들어집니다. 바로 1994년 탄생한 돈나푸가타 첫 아트 레이블 라 푸가(La Fuga)입니다. 레이블 속 여인은 가브리엘라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인물로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여성은 도망친 여인, 돈나푸가타를 상징합니다. 노란색 바탕에 연두색, 녹색, 푸른색 머리카락를 길게 휘날리는 컬러풀한 레이블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1980~1990년대 당시 이탈리아 와인 레이블은 대부분 단조로운 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브리엘라는 “시칠리아의 색을 레이블에 담자”고 제안했고, 일러스트 작가 스테파노 비탈레(Stefano Vitale)에게 의뢰해 도망치는 여성, 눈을 감는 여성, 꿈꾸는 여성 등 다양한 여인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시칠리아의 이야기를 색과 여성으로 전달하는 돈나푸가타 만의 독창적이고 컬러감이 넘치는 아트 레이블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라 푸가는 팔레르모 인근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의 샤르도네 100%로 만듭니다. 레몬 제스트, 복숭아, 살구, 사과, 파인애플, 은은한 흰꽃향 경쾌한 산미와 미네랄이 잘 느껴집니다.

라 푸가 작업.
돈나푸가타 와인 생산지 5곳. 홈페이지

호세와 안토니오 남매는 이처럼 모든 와인에 스토리를 담아 와이너리를 마르살라(Marsala),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 판텔레리아(Pantelleria), 비토리아(Vittoria), 에트나(Etna) 등 시칠리아 전역으로 확장합니다. 콘테사 엔텔리나는 330ha로 돈나푸가타 포도밭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판텔레리아는 시칠리아와 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화산섬으로, 토착 품종 지비보(Zibibbo)를 덤블형태인 알베렐로 판테스코(alberello pantesco) 방식으로 재배하며 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포도밭 56ha, 올리브밭 8ha입니다. 에트나 북쪽 경사면 란다쪼(Randazzo) 마을에는 포도밭 33ha, 올리브밭 3ha와 와인 셀러, 테이스팅룸이 있습니다. 시칠리아 동부 비토리아는 가장 최근에 지은 와인 생산시설이 있고 포도밭은 3ha입니다. 마르살라에 돈나푸가타 와이너리 본사, 생산시설이 있으며 돈나푸가타는 연간 연간 2만4000명 찾아 와인을 즐깁니다.

호세 랄로와 자신을 형상화한 와이너리 로고 이미지.
밀레 에 우나 노테 레이블.

◆소설, 영화, 신화, 역사 그리고 와인

▶밀레 에 우나 노테

콘테사 엘라나에서 자라는 시칠리아 대표 레드 품종 네로 다볼라(Nero d’Avola)을 중심으로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 시라(Syrah)를 소량 블렌딩합니다. 레드체리, 블랙 멀베리, 검은 자두로 시작해 감초, 블랙 페퍼의 향신료, 민트의 허브향, 더해지고 발사믹 노트, 바닐라, 코코아 번의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합니다. 벨벳 같은 탄닌과 긴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13~14개월 숙성하고 추가로 24개월 병 숙성을 거칩니다. 20년 이상 뛰어난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양고기, 굽거나 훈제한 소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밀레 에 우나 노떼는 ‘천하루의 밤(Thousand and one night)’이란 뜻입니다. 와인 레이블에는 그려진 건물은 카롤리나 왕비가 피난처로 삼은 저택을 뜻합니다.

밀레 에 우나 노테 넷플릭스 더 레오파드 스페셜 에디션. 최현태 기자

네로 다볼라 품종은 블랙체리 등 아주 잘 익은 검은 과일 향이 지배적이고 장미, 후추향 등 스파이시한 노트와 감초 등 달콤한 향신료가 도드러집니다. 탄닌은 아주 부드러워 호주 쉬라즈와 많이 비교됩니다. 장기 숙성력도 뛰어나 요즘 시칠리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전역에서 잘 자라는데 고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됩니다. 더운 남부 지역에서는 코코아와 말린 과일의 특징이 느껴지는 풀바디 와인이 생산되고 산악 지대에서 자란 네로 다볼라는 우아한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세다라 레이블.
영화 '더 레오파드' 주인공 안젤리카 세다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세다라(Sedara)

세다라는 콘테사 에텔리나에서 재배하는 네로 다볼라를 메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를 블렌딩합니다. 체리, 자두 붉은 과일향으로 시작해 민트와 세이지의 허브향, 발사믹과 스파이시 노트, 담뱃잎향, 미네랄이 더해집니다. 4~5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이 있습니다. 쥬세페 토마시의 소설이자 영화 더 레오파드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안젤리카 세다라에서 와인 이름을 따왔습니다. 레이블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당당한 안젤리카 세다라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세라자데 레이블.

▶세라자데(Sherazade)

네로 다볼라 100%로 만듭니다. 자두, 체리, 라즈베리의 신선한 과일향과 은은한 스파이시 노트, 발사믹 노트가 어우러지며 감싸는 듯한 우아한 탄닌이 부드러운 여운을 남깁니다. 피자, 스파게티는 물론, 팟타이 등의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세라자드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천일야화’의 주인공이자 이야기꾼인 왕비입니다.  세라자데의 매혹적인 이야기처럼 마시는 이를 사로잡는 와인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리게아 레이블.
리게아. 최현태 기자

▶리게아(Lighea)

리게아는 시칠리아 판텔레리아 섬의 토착 화이트 품종 지비보(Zibibbo) 100%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머스캣(Muscat of Alexandria)로도 많이 알려진 품종입니다. 활짝 핀 오렌지 블로썸 , 아카시아 꽃, 삼나무, 베르가못의 감귤향, 오렌지 제스트, 열대과일, 꿀, 캐러멜의 화사한 아로마가 돋보이며 풍성한 미네랄과 생기발랄한 산도가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리게아는 쥬세페 토마시 사후에 출간된 중편 소설 ‘리게아(Lighea)’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바다의 요정 사이렌(Siren)중 하나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에는 세 사이렌 리스보아, 리게아, 파르테노페가 등장하며 리게아는 고대의 지혜, 사회 규범과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 원초적 본능을 상징합니다. 쥬세페 토마시가 ‘레오파드’에서 몰락 귀족의 운명을 그렸다면, ‘리게아’에서는 그는 몰락 속에서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예술적·감각적 해방’을 사이렌의 형상에 투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작품속 리게아는 ‘태양의 색을 담은 흩어진 머리카락과 녹색의 큰 눈’으로 묘사되는데, 돈나푸가타는 이 모습을 레이블에 그대로 녹여냈습니다.

탄 크레디 레이블.
탄크레디 돌체&가바나.
영화 '더 레오파드' 탄크레디(알랭 들롱).
넷플릭스 '더 레오파드' 탄크레디(사울 난니), 안젤리카 세다라( 데바 카셀).

◆돌체&가바나와 돈나푸가타

▶탄크레디(Tancredi)

돈나푸가타는 이미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가바나와 콜라보한 아트 레이블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 와인이 탄크레디로 네로 다볼라 70%와 카베르네 소비뇽 30%로 만드는 풀바디 와인입니다. 레드 커런트, 자두 등 잘 익은 붉은 과일에 카버네 소비뇽의 캐릭터중 하나인 민트가 어우러지고 약간의 코코아, 감초, 발사믹향이 더해지며 복합미를 극대화 시킵니다. 쥬세페 토마시의 소설이자, 루키노 비스콘티의 명작 영화 더 레오파드(The Leopard)의 남자 주인공 탄크레디에서 와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알랭 들롱이 탄크레디를 연기했습니다. 시칠리아 토착품종인 네로 다볼라와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레드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복합미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13~14개월 숙성 뒤 병에서 14개월 추가숙성합니다.

로사 돌체&가바나.  최현태 기자

▶로사(Rosa)

돌체&가바나 콜라보 와인은 에트나 와인들이 많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활화산으로 불리는 에트나(Etna)는 연중 포도밭을 뒤덮는 화산재와 높은 해발고도로 기온이 서늘하고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놀랍도록 우아하고 미네랄리티가 강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에트나에서 빚는 로제와인 로사(Rosa)가 대표적으로 2019년 출시 직후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일으 킨 와인입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와 노세라(Nocera) 품종으로 만들며 산딸기, 복숭아, 베르가못의 허브향, 자스민 꽃, 미네랄과 가벼운 탄닌이 어우러집니다. 노세라 품종은 따뜻한 기후와 바닷바람, 산악지형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잘 자라며 시칠리아 북동부에서 주로 많이 재배됩니다. 블랙체리, 블랙베리, 플럼의 검은 과일이 주 캐릭터이고 로즈마리, 타임 등 허브와 후추, 정향 등 향신료의 스파이스한 노트도 느껴집니다. 숙성되면 가죽, 흙향도 느껴집니다.

이졸라노 돌체&가바나.

▶이졸라노(Isolano)

에트나에서 재배하는 화이트 품종 카리칸테 100% 와인입니다. 감귤류의 신선한 시트러스와 꽃향, 지중해 허브와 미네랄의 복합미가 도드라집니다. 스틸 탱크와 뉴트럴 프렌치오크에서 10개월 숙성하고 12개월 추가 병숙성합니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시칠리아 토착 품종 카리칸테는 레몬, 라임의 시트러스 과일, 사과, 복숭아 등 핵과일, 허브, 아카시아꽃, 아니스가 느껴지고 오크 숙성을 거치면서 견과류, 꿀 등의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높은 산도와 화산 토양이 주는 미네랄이 매력으로 리슬링 품종의 페트롤향과 비슷합니다.

꾸오르디라바 돌체&가바나. 최현태 기자

▶꾸오르디라바(Cuordilava)

에트나의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100%입니다. 라즈베리, 크랜베리의 붉은 과일 향으로 시작해 스파이시한 노트와 덤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흙향도 느껴집니다. 정제된 탄닌과 우아한 미네랄이 긴 여운을 보여줍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14개월간 숙성하고 30개월간 병 숙성을 거칩니다. 10년 이상의 장기 숙성 능력을 지녔습니다.

에트나에서만 자라는 고대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붉은 체리,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장미, 허브향이 느껴지며 숙성되면 흙내음, 타바코, 가죽, 초콜릿향의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산도는 우아하고 탄닌은 파워풀하면서도 목넘김은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마치 피노누아 품종으로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 마을단위 와인 샹볼 뮈지니의 우아함과 네비올로 품종으로 빚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 피에몬테 바롤로의 강건함을 섞어 넣은 듯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여기에 화산재 토양이 선사하는 미네랄 한 방울이 더해져 위대한 네렐로 마스칼레제를 완성합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에트나 산기슭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시칠리아 전체 재배품종의 2% 불과한 아주 희귀한 품종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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