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상 격화에 일부 당원들 참담한 표정
특검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한목소리 규탄
13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세 번째 합동연설회 역시 ‘축제의 장’이 아닌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마무리됐다.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대 반탄파의 대립 구도 속 상대 진영을 향한 비방전이 반복됐다. 일부 당원들은 “부끄럽다”며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오히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비방전에 열을 올린 까닭에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이날 대전 배재대학교 스포렉스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6차 전당대회 충청권·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는 여전히 찬탄파 후보들을 향한 반탄파 지지자들의 “배신자” 구호가 울려퍼졌다.

‘배신자’ 소동의 당사자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구호를 외치던 반탄파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김 후보는 연설에서 “계엄을 옹호하는 자들이 설치고 저를 배신자로 몰아가면 누가 진짜 내부총질하는 것이냐”며 맞섰지만 연설회장을 가득 메운 반탄파 진영의 고성에 묻혀 희미해졌다.
장동혁 당대표 후보는 연설 도중 찬탄파 주자 조경태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을 직접 지목해 “배신자”라고 포효했다. 장 후보는 “탄핵에 찬성하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이지경으로 만들고도 지금 개선장군처럼 당을 점령하려는 사람들,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외친 뒤 이에 반발하는 조 후보 지지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통령을 지키자고 했던 장동혁에게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조 후보 지지자들도 격앙돼 삿대질과 손가락 욕설 등으로 맞섰다.
마지막 순서로 정견발표를 시작한 조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들 외에 수십명 밖에 남지 않은 청중석을 마주했다. 반탄파 지지자들이 안철수 후보와 조 후보의 연설을 듣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다. 조 후보 역시 “배신자는 바로 국민의힘을 궤멸 수준으로 만들고 집권여당의 지위를 야당으로 전락시킨 윤석열 부부”라는 공세를 반복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 또 폭망한다”며 “우리 당을 이렇게 망쳐먹은 배신자 윤석열 부부와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끝없는 비방전에 일부 당원들은 염증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현역 의원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연단에 올라 “탄핵에 반대한 사람을 극우라 생각하지 않고, 탄핵에 찬성한 사람도 배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화합의 메시지를 냈음에도 “배신자” 구호가 터져 나오자 인상을 찌푸리거나 참담한 표정으로 말을 잃은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포착됐다.
다만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찬탄과 반탄을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와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특검의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항의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인사말에서 “지지 후보는 다르더라도 무도한 이재명정권의 야당 탄압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전당대회에 재를 뿌리는 압수수색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선창하자 현장에 모인 당원 수백명이 후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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