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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같은 삶”…전 재산 털어 ‘항일투쟁’ 의병장·교육학자·의열단원 후손, 경기도 온다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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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2 13:21:37 수정 : 2025-08-13 11:57:19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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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허위·계봉우·이동화 후손 광복 80주년 기념식 초청
‘서울 진공작전’ 의병장 허위의 손자 블라디슬라브 등 7명
키르기스스탄 등 거주…‘우리가 되찾은 빛 제대로 반듯하게’
난민처럼 흩어진 후손들의 삶…“독립운동가 후손에 감사”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허위와 같은 진충갈력(盡忠竭力) 용맹의 기상이 있었던들 오늘과 같은 국욕(國辱)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본시 고관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법이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허위는 관계(官界) 제일의 충신이다.”

 

안중근 의사는 평리원 서리재판장(대법원장 서리)을 지낸 왕산 허위(1854~1908) 선생의 항일 투쟁을 이처럼 묘사했다. 불의와 권세에 타협하지 않던 허위 선생은 을미사변 당시 항일 의병을 소집해 충청도 진천까지 진군했으나 고종의 명에 따라 군대를 해산했다.

 

지난해 8월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앞줄 왼쪽 네 번째)와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앞줄 왼쪽 세 번째) 등이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을 기념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을사늑약 이후에는 다시 전국 각지 의병을 규합한 대표적 의병장이다. 척사론자에서 혁신적인 사상을 갖춘 유림으로 변신하며 항일무장투쟁을 이끌었다.

 

◆ 안중근 “허위는 제일의 충신”…척사론자에서 혁신적 유림 변신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외에 거주 중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15일 수원에서 열리는 광복절 경축식에 초청한다. ‘우리가 되찾은 빛 제대로 반듯하게’라는 표어대로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후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다.

 

허위 선생. 경기도 제공

대상은 허위, 계봉우(1880~1959), 이동화(1896~1934) 선생의 후손들로 각각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름 높은 학자 집안에서 성장한 허위 선생은 성균관 박사 출신이다. 중추원 의관, 평리원 수반판사 등을 거쳐 오늘날 대법원장 서리에 해당하는 평리원 서리재판장까지 올랐다. 항일 언론인 장지연과 교류하며 신학문에 관심을 기울였고, 1904년 의정부 참찬으로 일할 때는 철도·전기 증설, 은행 설치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계봉우 선생. 경기도 제공

관직을 버리고 귀향한 뒤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연천·적성·철원 일대에서 의병을 모아 본격적인 항일 투쟁을 전개했다.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느니 온갖 힘을 다하고 마음을 합해 빨리 계책을 세우자. 진군해 이기면 원수를 보복하고 국토를 지키며, 불행히 죽으면 같이 죽자”고 외쳤다.

 

1907년에는 이인영 선생의 의병부대와 함께 전국 의병 연합체인 13도 창의군을 결성해 서울 진공작전을 준비했다. 1908년 일제에 붙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그에게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경북 구미의 허위 선생 기념관에는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에 헌신한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뿔뿔이 흩어져 난민 같은 삶을 사는데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김동연 지사. 경기도 제공

◆ ‘민족교육’에 헌신 계봉우…‘무장 투쟁’ 의열단원 이동화

 

계봉우 선생은 북간도와 연해주 일대에서 민족교육과 항일운동을 펼친 대표적 지식인 독립운동가다. ‘의병전’ 등 항일 관련 글을 독립신문에 발표했으며, 광복 후 북한의 귀국 요청을 거절하고 카자흐스탄에 남아 한국어와 한국사 연구 등 교육에 헌신했다.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다.

 

의열단원인 이동화 선생은 폭탄 제조 기술을 익혀 항일 무장 투쟁을 이끌었다.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군사조 교관으로도 활동하다 1934년 순국했다. 2009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상해 임시정부. 경기도박물관 제공

이번 행사에는 허위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75), 계봉우 선생의 손녀 계 다찌야나(75), 이동화 선생의 외손녀 주용용(68) 등 가족 7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초청 기간 수원화성과 용인 한국민속촌, 경복궁, 경기도박물관 등을 돌며 조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

 

도 관계자는 “국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은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우리가 되찾은 빛을 올곧게 계승하겠다는 경기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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