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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선호’ 사라진 대한민국…이제 ‘딸 없는 집’이 불안한 이유

입력 : 2025-08-12 06:35:21 수정 : 2025-08-12 06:35:20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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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뒤바뀐 출산 선호도…딸 선호율 ‘전 세계 1위’ 기록

“가문 잇는 건 아들이라더니”…현실은 딸이 부모를 더 챙긴다

한국 사회에서 30년 전과는 정반대의 출산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딸이 더 좋다’는 응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실제 돌봄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부모 돌보는 건 결국 ‘딸’…현실이 만든 선택

 

12일 여론조사기관 갤럽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4개국 성인 4만4783명을 대상으로 “아이를 한 명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성별을 원하느냐”고 물은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28%가 ‘딸’을 선택했다. ‘아들’을 택한 응답자(15%)보다 13%포인트 많았다.

 

남아 선호의 퇴조이자 딸 선호의 부상으로 해석된다. 게티이미지

이 수치는 일본·스페인·필리핀(각 26%), 방글라데시(24%) 등을 제치고 조사 대상국 중 딸 선호율 1위에 해당한다.

 

1992년 같은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8%가 아들을, 10%가 딸을 원한다고 답해 30여 년 만에 선호 성별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세대 간 인식 차가 뚜렷했다. 6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아들 선호(23%)가 딸 선호(20%)를 소폭 앞섰다. 30·40대 여성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딸’을 선택해 강한 선호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반복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24 자녀·육아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중 62%가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출산 성비의 변화 역시 이러한 인식 전환을 뒷받침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으로 심각한 남아 선호의 단면을 보여줬다.

 

2023년에는 이 수치가 105.1명으로 떨어지며 자연 성비 범위(103~107명)에 진입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110명을 웃돌던 수치가 2008년 이후 안정화된 것이다.

 

◆“딸이 더 든든하다”…전문가들도 주목

 

이러한 흐름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지역에서 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남아 선호의 퇴조이자 딸 선호의 부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미혼 남성의 증가 △여성 혐오에 대한 반성과 성평등 의식의 확산 등을 복합 요인으로 꼽는다.

 

노후 돌봄의 현실적 책임이 딸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인식 변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노후 돌봄의 상당 부분을 딸이 책임지며 ‘딸이 더 든든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게티이미지

한양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 보호자 중 82.4%가 여성이었다. 이 가운데 ‘딸’의 비율이 42.4%로 가장 높았다. 아들은 15.2%에 불과했다.

 

부모 부양의 실질적 역할을 딸이 주로 수행하면서 ‘딸이 부모의 노후를 더 잘 지켜준다’는 인식이 경험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가족 구조와 돌봄 문화 전반을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아들을 낳아야 가문을 잇는다”는 인식이 약화되고, 그 자리를 “딸이 더 의지가 된다”는 가치관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딸 선호 현상은 단순한 성별 취향의 변화가 아니다”라며 “가족관과 돌봄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이어 “과거에는 아들이 가계를 잇고 부모를 부양한다는 관념이 뿌리 깊었다”며 “현실에서는 노후 돌봄의 상당 부분을 딸이 책임지며 ‘딸이 더 든든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성 역할 고정관념의 약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며 “앞으로 이 변화는 양육 방식, 가족 정책, 인구 대응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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