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1000t급 화물보급함 정비
내달부터 수리작업… 11월 인도
한화오션도 총 3차례 수주 계약
美 함정건조사업 징검다리 역할
K조선, 관련법 완화 등 기대감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발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미 해군 함정 신조사업을 따내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MRO 수주를 넘어 향후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6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000t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앨런 셰퍼드함은 길이 210m, 너비 32m, 높이 9.4m 규모로 2007년 취역했으며, 해군 출신으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된 앨런 셰퍼드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HD현대중공업은 9월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정비를 시작, 프로펠러 클리닝과 각종 탱크류 정비, 장비 검사 등을 거쳐 올해 11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이번 MRO 수주는 정부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를 제안한 뒤 이뤄진 첫 수주로 의미가 크다”며 “최선을 다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화오션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3차례 미 해군 군함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호의 MRO 사업을 수주했고, 같은 해 11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함대급유함 유콘호의 MRO 사업을 따냈다. 이 2척은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친 후 미 해군 측에 인도됐다. 지난달 초에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찰스 드루함의 정기 수리 사업도 수주했다.
MRO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 입장에서 크게 이익이 남는 사업은 아니다. 다만 MRO 사업으로 한국 조선업계와 미국과의 신뢰가 쌓이면 향후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 해군 함정은 법에 따라 미국 조선소에서만 지을 수 있지만, 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한·미 협력 아래 관련 법과 규제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함정 수요가 많고 해양 패권을 두고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조선 역량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미 함정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면 한국 조선업 또한 새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
한편 HD현대는 올해 4월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사, 6월에는 미국 조선 그룹사 ECO사(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잇달아 군함 및 상선 분야에서 기술협력과 공동 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월 말에는 미시간대, MIT 등 미국의 조선해양 전문가 40여명과 함께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는 등 미국과의 조선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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