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이후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시장 진출 지원 등 수출 지원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 기술개발 세제·자금 지원 등 국내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 전 관세협상이 타결 돼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종전보다 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업계와 소통하며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중소·중견기업 지원제도를 투자 등 성장에 밀접한 경영활동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견·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법 취지에 맞게 완화하는 등 기업규모별 규제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성장전략 TF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했던 ‘비상경제점검 TF’가 전환된 것으로, 구 부총리가 강조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진짜 성장’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회의에 경제 6단체장이 참석하고, 회의 장소를 대한상의로 정한 것 역시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성장전략 TF에 기업, 경제 협·단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며 투자애로 해소, 경제형벌 합리화 등 기업 활력 제고방안과 인공지능(AI)·데이터 등 신산업 패키지 육성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는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AI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AI 제조로봇과 AI 자율주행 등 핵심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기업, 정부, 대학이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진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경영부담도 최대한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1차 회의에서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경제계에 설명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자동차관세 15%로 인하,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조성 등으로 마무리 된 관세협상으로 기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 수입시장 내 우리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예전에 비해 기업 부담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 업계와 소통하면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세로 인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한편 대체시장 진출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국내 대책으로는 단기 내수 진작 및 불공정 무역 조사 등 무역구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 기술개발 세제·자금 지원, 기술개발 등 산업체질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중소·중견기업 지원제도를 성장에 유리한 구조로 개편하기로 했다. 소규모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연구개발(R&D), 인공지능(AI) 도입, 수출시장 개척 등 성장과 밀접한 경영활동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성장에 따라 정부 지원 혜택이 급감하지 않도록 지원제도를 점감형으로 설계하고 지원 기준과 방식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정부 지원이 사라져 오히려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기업 규모별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업 규모별로 규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57개에서 183개로 3배 가까이 늘고, 중견기업을 벗어나면 209개에서 274개까지 늘어난다. 필요성과 법 취지에 맞게 중견기업·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기준)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제 형벌규정을 완화하는 대신 과태료·과징금, 민사상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해 형사처벌 위주의 제재를 금전벌 등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배임죄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위험(리스크)를 완화하는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 위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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