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배당소득세제 개편안도 포함되어 있다.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한편 투자·상생협력 촉진 세제 환류 대상에 배당을 추가하는 안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의 배당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시도이다.
그러나 발표 뒷날 국내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8% 떨어졌고 코스닥도 4.03% 하락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런 하락의 원인을 단적으로 특정하긴 어렵다. 다만 배당소득세 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도 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세율이 기대보다 높게 설정되면서 고배당주에 대한 기대심리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표적인 배당주인 금융주들이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 8월1일 하루 동안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3~4% 약세를 보였다. 이미 7월 말부터 하락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는데,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보험주도 예외가 아니었고, 다수의 고배당 비금융사 주식들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배당주 ETF들도 비슷한 낙폭을 보였다.
애초에 시장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함께 최고세율을 27.5%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다. 정부 안은 분리과세를 적용하되 최고세율을 35%로 높였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38.5%에 달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보다 크게 높은 배당소득세가 기업들의 배당유인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은 이익이 발생하면 사내유보를 통해 투자하거나 배당을 하는데 배당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주주 입장에서 배당을 덜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 과세체계를 일치시킨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편안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우선 주주 입장에서 배당소득세가 낮아지는 것은 틀림없다. 더욱이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의 요건을 현명하게 설정함으로써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요건을 두 가지로 정하고 있다. 즉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들과 함께 25% 이상이면서 3년 평균 대비 5%포인트 증가한 경우로 설정했다. 하나의 배당성향 기준만 제시되는 경우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기업이 많은데 복수의 기준을 설정하여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 결국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고 하면 현 정부안은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개편안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 끝에 시장 기대에 반하는 정책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실망감이 주식동우회 등 커뮤니티에 분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배당성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며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정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시행 과정에서의 보완과 조정,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흔들릴지라도 제대로 뿌리내린 제도는 결국 꽃을 피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구처럼, 이번 배당소득세제 개편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