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식시장 불공정·불투명 해소가 제1의 과제’라며 불공정거래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한 달이 지나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거래소는 합동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이들 세 기관이 함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합동대응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합동대응단은 한국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를 지향하며 강력한 심리·조사·제재를 원스톱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3주 후인 지난달 31일 거래소에 공동 사무실을 열고 주가 조작 합동대응단이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당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하고 주가 조작범 개인을 직접 추적하여 수사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형사 조치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번 한국판 SEC 출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배경에 최근 SE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EC는 미국 연방정부가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 공평·공정·효율적인 시장의 유지 및 자본 조달의 촉진을 목적으로 한 증권법(Securities Act·1933년)과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1934년) 제정함에 따라 독립적으로 설립한 조직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해 독립적이면서도 특별히 미 증권업 및 증권거래에 대한 입법, 행정, 사법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매우 강력한 기관이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고, 11곳에 지역 사무소가 있으며,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는 위원장과 5명의 커미셔너(위원)를 두고 있다. 핵심 부서는 기업재무국, 시장거래국, 투자관리국, 집행국, 경제 및 리스크 분석국, 조사총괄국, 투자자보호국, 윤리국, 옴부즈 오피스, 국제국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역할은 공시 의무 부과, 시장 감독, 금융업권 등록제 운영, 투자자 보호, 국제 협력, 해외 기업의 미국 상장요건 검사 및 제재권,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 및 내부자 거래·회계 부정·미공개 정보 이용 등을 적발하는 집행 역할도 한다. 감독 대상은 미국에 상장한 기업이 기본이다. 아울러 외국 기업의 미국예탁증권(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 주식의 대체증서 포함), 증권사, 딜러, 블로커,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사모펀드, 신용평가사, 투자자문사, 디지털 자산 및 가상화폐 발행자(조건부 관할), 증권거래소 등도 포함된다.
SEC는 또 글로벌 투자자 보호의 표준을 설정하는 기관으로, 주요 시장질서 유지자로서 미 자본시장 신뢰의 핵심 역할을 한다.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규제 기관이 선례를 참고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즉 SEC는 단순한 미 감독기관이 아니라 세계 금융규제의 표준을 만드는 존재로도 일컬어진다. 미 자본시장의 신뢰, 투명성, 공정성을 지탱하는 핵심 기관이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절대적이다.
현재 SEC 위원장은 지난 4월21일 취임한 폴 S. 앳킨스(Paul S. Atkins)이며, 전임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은 지난 1월 퇴임했다. 그리고 약 3개월 동안 SEC 최초로 아시아계 미국인 커미셔너인 마크 T. 우예다(Mark T. Uyeda)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부터 가상자산 업계를 중심으로 SEC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었다. SEC의 규제·감독이 전 세계 가상자산업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판 SEC는 주로 감독·조사·제재에 방점을 찍었지만, 합동대응단 출범을 계기로 향후 방대한 SEC의 역할을 담아낼 수 있는 국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유가증권(코스피·KOSPI)시장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옴부즈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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