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흘 연속, 하루 12시간 노동이 가능합니까?”
지난 6월 말 SPC 시화공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경영진을 향해 이 한마디를 던졌다. 불과 며칠 전, 이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2022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 사망사고가 일어난 ‘죽음의 라인’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이 사망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는데 심야·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그 배후에 있었다.
3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교대·장시간 근무를 병행하는 노동자는 육체적 건강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최대 2.3배, 정신건강 문제는 1.9배 더 높았다. 노동을 오래 한다고 해서 단지 피곤한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병에 걸릴 가능성 자체가 확연히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이 겹칠 경우,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1.9배에 달했다. 우울감, 수면장애, 불안장애는 물론 과로사와 자살률 상승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피로 이상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 새벽배송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 급격한 체중 감소, 극심한 피로 등 심각한 신체적 증상이 다수 보고됐다.
조사 대상의 70%는 몸무게가 줄었고, 13kg 이상 빠진 경우도 있었다. 66%는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63%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한 경험이 있었다.
연구진은 “노동강도를 낮추고, 원할 때 쉴 수 있는 ‘시간의 유연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근무형태가 어찌 됐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노동자를 병들게 하지 않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질책 이후 SPC는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사망사고 여파로 인기 제품 ‘크보빵’의 생산도 전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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