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이 어겨도 버젓이 등록해 영업
식별코드로 최초 전송자 알 수 있어도
과기부·방통위, 업무연계 안 하고 ‘늑장’
감사원은 29일 불법 스팸 문자 무차별 발송 폐해가 2023년부터 ‘스팸 대란’ 수준으로 심각해진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스팸 대란은 대량문자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등록 관리를 허술하게 한 데서 비롯됐다. 부가통신사업자는 ‘문자중계사’와 ‘문자 재판매사업자’(재판매사)로 나뉜다. 기업·공공기관 등은 대량 문자 발송을 위해 문자중계사 또는 문자중계사와 계약을 맺은 재판매사와 계약을 맺는다.
소규모 단체와 주로 계약하는 영세 재판매사는 문자중계사보다 저렴한 값에 발송 물량을 처리해 줄 상위 재판매사와 재차 계약을 맺는다. 이런 식으로 통상 재판매사 3∼4곳의 발송망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문자중계사와 재판매사들이 걸러지지 않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커졌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 이들 업체는 부정가입 등록·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전담 직원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하지만 과기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는 대표만 근무하는 1인 업체나, 동일인을 여러 업체의 전담 직원으로 신청한 재판매사들이 영업할 수 있도록 등록 처리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과기부는 2014년 전파관리소에 재판매사 등록 사무를 위임하면서도 전담 직원 관련 등록 요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지침에 제공하지 않았고, 관련 교육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과기부의 관리 소홀 속 최근 7년간 신규 등록된 재판매사(폐업 포함) 중 약 60%(657곳)가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불법 스팸 신고 상위 10개 업체 중 9곳이 요건 미달 업체였다.
그 결과 2019∼2022년만 해도 1700만∼2400만건 수준이던 불법 스팸 신고량은 2023년 2억8500만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3억6100만건을 돌파, 2021년 대비 19배 증가했다.
각 이동통신사가 불법 스팸 전송제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는지에 대한 감독 업무도 사실상 부재했다. 과기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들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문자중계사에 대한 전송제한 속도 및 전기통신 역무 제공 거부 조치를 취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 스팸 차단 관련 대책에는 이러한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인당 불법 스팸 수신량은 2021년 대비 63% 증가했다.
과기부와 방통위는 스팸 문제가 극심해지자 2022년 3월 업체 부담으로 식별코드를 도입해 스팸 최초 전송자를 알 수 있게 됐는데도 두 기관 간 업무연계 방안을 협의하지 않아 신고를 접수하고도 신속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불법 스팸을 신속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과기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과기부가 통신사들의 수요가 없는데도 구체적 산출 근거 없이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신규 할당 대가를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 수입으로 과다 계상하고선 사업 구조조정 없이 지출 예산을 편성·집행해 기금 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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