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 절반이상 차지… 유일하게 증가세
높아진 선박 가격·물동량 감소 등 영향
팬데믹 후 발주된 새 선박도 현장 투입
LNG 등 친환경 선박 수요는 증가 전망
“2026년 공급 초과… 전략적 대응책 필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가 전년 동기 대비 59%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나치게 높아진 선박 가격과 불확실한 수요 전망, 일부 선박의 과잉 발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선박 매매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발주는 총 376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4% 감소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201척 발주돼 전체 발주량의 절반 이상(53.5%)을 차지했다. 이어 벌크선이 61척(16.2%), 케미컬선(화학제품운반선)이 42척(11.2%), 탱커선과 가스(LNG·LPG)선이 각각 34척(9.0%) 발주됐다. 자동차운반선(PCC)은 4척만 발주돼 사실상 일시적인 정체 상태다.
선종 중 유일하게 컨테이너선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된 발주 흐름이 지속됐으며, 일부 선가 상승을 기대한 발주 수요도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해진공은 설명했다. 해진공은 최근 3년간의 선박 거래 및 선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종별 거래 특성, 수급 여건, 친환경 규제 대응 동향, 시장 전망 등을 분석했다.
신조선 발주가 줄어든 데에는 수요 측면에서 거시 경제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물동량 조정이 중첩되며 전반적으로 위축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연례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이 1.8%, 유로존이 0.8%, 중국이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모두 지난 전망치보다 하향된 수치다.
더불어 선박을 이용한 물동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점도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18.9% 급등한 이후 올해는 2.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체 해소, 재고 조정, 미·중 무역 관계 일시 회복 등으로 작년에 선행 물류 이동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 측면에서 2023~2024년에 집중적으로 신조선이 발주되면서 그 여파가 올해 본격화됐다. 즉, 새로운 배들이 올해 현장에 대거 투입되면서 신규 선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공급 증가율(전년도 대비 선복량 증가율)은 올해 8.9%, 내년 11.3%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카타르·미국·나이지리아 등의 LNG 프로젝트 확대를 비롯한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 등으로 앞서 신조선 발주량이 대거 증가했고 해당 선박이 현장에 인도됐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도 올해 6.7%, 내년 4.3% 공급 증가가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형선 위주로 집중 발주된 신조선들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며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진공은 올해와 내년은 전반적인 공급 초과 시기로, 단기적으로 시황 방어를 위한 선복 조절과 폐선 등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진공은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과잉 선복 해소 지연, 수요 둔화, 친환경 대응 비용 부담 등으로 중장기 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공급 과잉으로) 운임 하락 압력과 중고선가 약세 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NG선 등 친환경 수송 선박은 (친환경 규제에 맞춰) 선행 확보하고자 하는 매수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존재한다”며 “주요국의 친환경 규제 시행 속도, 조선소의 가격 정책, 운임 회복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 등에 따라 선종별 특성과 운항 여건에 기반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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