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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피의사실 유포… 檢 수사 관행 이대로는 안 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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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4 17:12:04 수정 : 2025-07-24 1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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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7.23. kkssmm99@newsis.com

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이재명정부의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억울함을 느끼는 국민이 없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며 검찰은 ‘인권 보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기소를 목적으로 하는 수사는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무리한 수사를 한 뒤 재판에서 무죄가 나와도 ‘나 몰라라’ 하는 검찰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올바른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에 관한 법률안들을 추석 연휴 전 9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 검찰의 고질병은 대형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어떻게든 검찰 그리고 수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점이다. 피의자를 마치 악마처럼 만드는 망신 주기 수사가 대표적이다. 흔히 ‘마녀사냥’에 비유되는 이런 무리한 수사의 핵심 도구는 다름아닌 피의사실 유출이다. 피의자들이 받는 혐의나 참고인들을 둘러싼 의혹 등을 검찰이 무분별하게 신문·방송에 흘리는 것으로 ‘언론 플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한 헌법 27조 4항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언행이다. ‘공익의 대표자’(검찰청법 4조 1항)인 검사가 이런 그릇된 행태를 버젓이 자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씨 간의 부당한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윤씨가 무속인 건진법사(본명 전성배)를 통해 김씨에게 고가의 장신구 등을 건넸다는 혐의를 들었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내용과 과정이 TV 생중계처럼 실시간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는 점이다. 검찰이 특정 종교와 그 지도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수사 동력으로 삼은 것 아닌가. 실제로 애초 김씨 때문에 시작된 수사가 가정연합 관련 수사인 것처럼 변질됐다. 당시 남부지검장이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시선을 딴곳으로 돌리려는 의도였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우리 형법은 126조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 경찰관이 수사를 통해 알게 된 피의사실을 외부로 유출하는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이른바 ‘여론전’을 통해 범죄자로 몰아가선 안 되고, 오직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작 검찰 관계자가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찾기 힘드니 사실상 사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으로 나올 검찰 개혁안에는 피의사실 공표를 엄중히 문책하는 내용이 꼭 포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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