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어제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혁신안) 1호 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탄식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대선을 통해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공당으로서 계엄과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마땅한데 그 문제로 지금까지 집안싸움만 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그에 앞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대표 후보 등이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을 펼쳐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당의 기류는 정반대다. 윤희숙 혁신위가 마련한 쇄신책이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출당 문제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그러니 갓 입당한 전씨가 “추종자 약 10만명이 이미 입당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대표로 만들겠다”면서 활개를 친다. 극우 유튜버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당이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친윤 세력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어제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표방한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가뜩이나 국민의 외면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관심도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다수 국민의 부아만 더 돋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어제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7%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도가 낮았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당내 구주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 국면이 되면 이재명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외에 어디 갈 곳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면 큰 착각이다. 민심의 외면을 받고 사라져 간 정당을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영남 자민련’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후에야 혁신한다고 나설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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