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에 대한 분노와 개인 신변 비관 등으로 산책 중이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지현(34)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22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지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기 피해에 대한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향하면서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만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며 “잔혹한 범행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의 신체에서 발견된 상처들을 볼 때 당시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유족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구체적인 목적이나 동기 없이 이뤄지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불안감을 야기한다”며 “피고인의 범행을 볼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경위와 내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범행을 위해 흉기를 준비하고 털장갑을 사용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의 직장 동료들도 근무 태도가 무난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지적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지현은 지난 3월 2일 오후 9시45분쯤 충남 서천군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갖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4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운동을 나간 뒤 밤늦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는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에 나섰다. A씨는 3일 오전 3시 45분쯤 공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우산을 쓴 피해자가 사람이 없는 인도를 걸어가고 10여 분 뒤 그 우산이 도로에 나뒹구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지현과 A씨는 전혀 안면이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최근 사기를 당해 돈을 잃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 것 같아 힘들었다”며 “흉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고 충동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의 수사 결과에서 이지현은 인터넷 코인 투자 사이트에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 대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대출도 거절당하자 사회에 대한 분노와 신변 비관으로 불특정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뒤 범행 당일 미리 준비한 흉기를 외투 주머니에 지닌 채 집 밖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현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고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지현이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다 죽여 버린다’라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한 점과 범행 장소를 수차례 배회한 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토대로 사전에 계획한 범행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지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A씨의 아버지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숨이 막힌다. 사건 당시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죄책감이 끊임없이 밀려온다”며 “가해자가 몇 년 형을 받고 언젠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그때 저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하느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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