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수준이다. 지난 24개월에서 36개월 동안 그가 보여준 활약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선수는 골프 역사상 2, 3명밖에 없다”.
지난 4월 마스터스 제패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21일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달러)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이렇게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매킬로이가 언급한 선수는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빗대어 셰플러의 실력을 칭찬했다.

매킬로이 말처럼 셰플러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디 오픈마저 집어 삼켰다. 셰플러는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셰플러는 해리스 잉글리시(35·미국)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지난 5월 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른 셰플러의 메이저 우승은 4회로 늘었다. 셰플러는 이제 US오픈만 제패하면 지금까지 6명만 달성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아울러 셰플러는 이번 시즌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톱10을 기록하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마스터스에서 4위를 차지했고 US오픈에서는 공동 7위에 올랐다. 셰플러는 지난달 2일 메모리얼 토너먼트 제패 이후 약 한 달 만에 시즌 4승을 거둬 매킬로이(3승)를 제치고 다승 1위를 질주했다. 투어 통산 우승은 17승으로 늘었다.
셰플러는 우즈 이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22년부터 지금까지 약 3년 반 동안 17승을 쓸어 담았고 이중에는 메이저 4승,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승,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 특급 대회도 포함돼 있다. 또 세 시즌 연속 4승 이상을 거뒀다. 17승중 연장전 우승은 두 번이고 1타차 우승은 세 번뿐이다. 특히 최근 5차례 우승은 모두 4타차 이상 우승이다. 그만큼 경쟁이 없는 경기를 했다는 뜻이다. 역전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디 오픈까지 최종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시작한 14차례 대회에서 11번 우승했다. 올해 출전한 16개 대회에서 13차례 톱10에 올랐고 이번 대회까지 11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할 정도로 펄펄 날고 있다. 그는 또 우즈 이후 세계 1위 신분으로 디 오픈 정상에 오른 두 번째 선수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우승 상금 310만달러(약 43억원)를 받은 셰플러는 시즌 상금을 1920만달러로 늘려 3시즌 연속 상금 2000만달러 돌파도 예약했다.
약점이 없는 고른 기량이 셰플러의 가장 큰 무기다. PGA 투어 홈페이지 기록 통계 코너에 실린 선수 경기력 지표 그림은 정확하게 오각형이다. 티샷, 그린을 공략하는 어프로치샷, 그린 주변 쇼트게임, 퍼팅, 종합지수 등 5가지 항목이 모두 정상급이다. 평균 305.6야드의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62.16%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어우러져 티샷 부문 이득 타수 1위(0.7타)를 달린다. 그린적중률 8위(70.75%)를 토대로 한 어프로치 이득 타수 역시 1위(1.29타)다. 그린을 놓치고도 파 또는 더 낮은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확률도 68.84%로 2위다. 한때 약점으로 꼽혔던 퍼팅도 잘한다.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평균 퍼트는 1.708개(4위)이고, 라운드 당 평균 퍼트도 28.19개(10위)를 기록 중이다.


셰플러는 경기 뒤 “우승을 확정 짓고 18번 홀을 걸어 올라가는 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정말 멋진 느낌”이라며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동료들도 셰플러의 실력에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7타 차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친 매킬로이는 “셰플러는 우리 모두가 도달하려고 하려는 수준에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잰더 쇼플리(32·미국)는 “우즈처럼 지배적인 선수를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는 최근 2년 넘게 완벽하게 경기하고 있으며 정말 당해내기 힘든 선수”라고 말했다.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셰플러는 1번 홀(파4)과 4번 홀(파4)에서 가볍게 버디를 낚아 한때 2위 선수에 7타 차까지 앞서나갔다. 셰플러는 8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지만 곧바로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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