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포·金 계좌관리 이정필
재판 청탁 대가 금품 건넨 정황
삼부토건 창원사업 논란도 수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활용해 재판 관련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1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며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조병노 구명 로비 등 여러 의혹의 배후에 김씨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인물이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에게 김씨의 연루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이자 김씨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정필씨에게 “김씨나 VIP(윤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서 집행유예 나오게 해주겠다”면서 2022년 6월∼2023년 2월 25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22년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이씨에게 “내가 김씨와 직접 소통이 되고, VIP나 대통령실 관계자들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런 혐의는 전날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도 적시됐다. 특검팀은 전날 이씨의 자택과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다. 이 휴대전화는 이달 10일 채해병 특검팀(특검 이명현)이 이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새로 마련한 기기라고 한다. 이씨 측은 특검이 구체적인 청탁 대상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도 이날 오전 10시 소환조사를 통보했으나, 윤씨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소환일을 다시 통보하고 거듭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단을 검토할 방침이다.

윤씨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게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18일 경기 가평 설악면에 있는 통일교 본부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 본부, 윤씨 자택,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국회·지역구(강원 강릉)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이 2020년 주가 방어용으로 경남 창원 내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수주하고, 감사원과 창원시가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삼부토건이 1800억여원 규모의 해당 사업을 불법 수의계약을 통해 따낸 것인지,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수주 계약 공시 시점을 늦춘 것인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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