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맞춤형 제품 출시 통해 시장 공략
전 세계에서 ‘불닭’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삼양식품이 ‘라면 종주국’ 일본 공략을 가속화한다. 일본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더욱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15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달 삼양식품 일본법인(삼양재팬) 설립 6년 만에 불닭 브랜드 누적 출고량 1억개를 돌파했다.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던 일본 시장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로 꼽힌다. 실제 일본 대표 음식으로 미소(된장), 쇼유(간장), 시오(소금) 등을 사용한 맛이 꼽힌다. 삼양재팬은 이 같은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까르보, 치즈, 로제, 크림 등 상대적으로 매운맛이 덜한 불닭볶음면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여기에 야끼소바, 양념치킨처럼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맛을 선보인 점도 주효했다.
K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가 글로벌적인 인기를 끌면서 불닭볶음면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K푸드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특히 1030세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매운맛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현장 프로모션 등 진행 시 매번 오픈런이나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다.
삼양재팬의 매출을 살펴보면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삼양재팬 매출은 약 30억엔으로 전년보다 15.3%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약 8억엔을 기록했다. 매 분기 매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日소비자와 접점 확대…온오프라인 마케팅 적극 전개
삼양재팬은 일본 소비자들과 불닭 브랜드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한국 문화를 다루는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K푸드 대표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먼저 지난 5월 열린 세계 최대 K팝 팬&아티스트 페스티벌 ‘케이콘 재팬 2025’(KCON JAPAN 2025)에서 불닭 브랜드를 K푸드 대표 아이콘으로 선보였다. 삼양재팬은 약 11만명이 찾은 행사에서 불닭볶음면, 불닭감자칩 등의 시식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브랜드 굿즈를 활용한 SNS 인증 캠페인에서는 6000건 이상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신제품인 맵(MEP), 탱글 샘플링 이벤트에는 1만2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K푸드를 향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서울라이프’에도 한국 대표 식품기업으로 참가했다. 삼양재팬은 불닭볶음면, 탱글 등 대표 상품을 내세운 팝업스토어를 내세웠다. 현장에서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굿즈, 상품 등을 제공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불닭볶음면 출시일인 4월13일을 기념해 진행한 ‘불닭 총선거 2025’는 공식 라인 메신저를 통해 일본에 출시한 불닭볶음면 8종 중 가장 선호하는 맛을 투표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당시 SNS 등에서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글들이 화제를 모았고, 약 2주 만에 참여자가 3만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양재팬은 추첨을 통해 당첨자 413명에게 불닭 8종 제품을, 참여자 전원에게 공식 온라인몰 쿠폰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경험을 유도하기도 했다.
◆ ‘모험소비’ 안 즐기는 日, 지역 밀착형 프로모션으로
일본 시장은 소비자들이 모험적 소비를 즐기지 않고 유통구조 또한 복잡해 브랜드 확산이 쉽지 않은 축에 속한다. 전국적 인지도를 가지는 브랜드로 확산시키기 위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브랜드를 체험 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삼양재팬은 이를 위해 거점 상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비자 이벤트를 통해 충성도 높은 팬층 확보와 더불어 전국적 인지도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7월간 도쿄 신오쿠보 일대에서 한국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 등에서 ‘삼양페어, 불닭 먹고 한국 가자’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 기간 동안 삼양식품의 제품을 1990엔 이상 구매한 뒤 영수증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한국 여행 상품권을 증정하는 방식이다. 캠페인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삼양식품 제품을 500엔 이상 구매한 모든 고객에게 제품 굿즈를 증정하기도 했다.
삼양재팬은 여름방학 기간에 맞춰 삼양페어 캠페인을 일본 관서 지역 슈퍼마켓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가을 시즌에는 가족 단위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통해 브랜드 외연 확장도 속도

삼양재팬은 불닭볶음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도 폭넓게 출시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통해 한국 라면에 관심이 생긴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제품을 소개하며 브랜드 외연 확장도 나섰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슈퍼마켓트레이드쇼에서 선보인 맵(MEP)이 있다. 맵은 매운맛을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등 5가지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인 국물라면으로, 한국 라면 특유의 감칠맛을 강조한 매운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삼양재팬은 ‘흑후추소고기라면’, ‘마늘조개라면’ 두 종류를 통해 약 7조원 규모에 달하는 일본 국물라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파스타 브랜드 탱글의 경우 기존 제품과 더불어 일본 맞춤형으로 개발한 ‘갈릭 쉬림프 파스타’ 제품을 통해 파스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탱글은 쫄깃한 식감의 건면과 더불어 병아리콩을 활용해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만큼 단백질 식품 및 간편식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대형 유통사인 돈키호테, 건강 지향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로손 내추럴, 수입식품 전문매장 칼디 등에 입점하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삼양재팬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이제 일본에서 단순한 한국 제품이 아닌, 현지 잘파 세대와 감성을 공유하고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 출시, 현지 성향을 고려한 캠페인 등을 통해 일본 내 다양한 소비자층과의 실질적인 접점을 확보하고, K푸드 대표 브랜드로 위상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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