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 19명 중 8명이 현직 국회의원
부처 장악, 대통령실·국회 소통 중시
檢개혁 지휘 법무장관 ‘7인회’ 정성호
행안 윤호중·국방 안규백 ‘측근’ 배치
경제관련 부처엔 ‘李 실용주의’ 반영
한성숙·최휘영 등 네이버 출신 눈길
호남 7명·영남 6명 고른 지역 안배도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 후보자,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37일 만에 초대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재명정부 초대 내각은 전문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19명의 장관직 중 8명을 현직 국회의원으로 채웠고, 경제·산업 분야에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국민의힘은 의원내각제를 방불케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이재명정부 핵심 개혁 과제를 담당해야 하는 부처에는 ‘친명(친이재명) 중진’이 포진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과의 원활한 대화는 물론 국회와의 협상, 부처 내부 반발을 조율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정부를 비롯한 진보진영 정부의 숙원인 검찰개혁의 최전선에 서야 할 법무부 장관에는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성호 후보자가 배치됐다. 정 후보자는 원조 친명이라 불리는 ‘7인회’ 중 한 명이자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이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인연을 맺어왔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고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 후보자는, 국회 조율 능력과 검찰개혁 동력 확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수행할 적임자로 여겨진다. 사법개혁의 동반 과제인 경찰 권한 조정과 자치행정 전반을 담당할 행정안전부 장관도 5선 국회의원인 윤호중 후보자가 선택받았다. 윤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등 여야 협상을 조율해 본 경험이 있다. 또 이번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신명(신이재명)’으로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의 중심에 있는 국방부를 개혁할 인사도 5선 중진 안규백 후보자가 담당하게 됐다. 5·16 이후 64년 만에 민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 후보자는 의원활동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보내며 전문성을 쌓았고, 군 내 인맥도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후보자는 지난 총선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당대표특보단장도 맡았다.
정권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국토부 장관에 지명된 김윤덕 후보자는 이재명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하며 당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지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자신감을 비쳐왔던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중시한 지명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 역시 국토교통위원으로 오래 활동해왔다.
경제 관련 부처에는 기업인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현장 경험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을 내세워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이란 평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 출신 인사가 다수 등용됐다. 네이버에서 첫 여성 CEO를 지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놀유니버스 대표로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최휘영 후보자도 네이버 출신이다. 한 후보자에게는 스타트업 육성 등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임무가, 최 후보자에는 K컬처 시장을 키워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 역량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줬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을 선도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도 기업인 출신으로 LG AI연구원장을 지낸 배경훈 후보자가 지명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사업 수주에 힘을 보탰던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국회의원과 기업인 출신 전문가를 내세운 것 외에 적절히 지역 안배를 한 점도 짚인다. 호남 출신이 7명, 영남 출신이 6명이고 수도권 3명, 충청 2명, 강원 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연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포함해 여성 후보자가 5명에 그치며 26.3%를 기록해 30%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40대 장관 후보자는 2명으로, 후보자 평균 연령은 60.1세를 기록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소감을 올리며 “대통령의 눈이 너무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보자들이 가진 수많은 빛나는 장점들에 조금 더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욕심도 감히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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