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대출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제약이 생겼다. 이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가 더해지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더욱 줄어드는 실정이다. 주담대 한도 제한과 DSR 강화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복합 규제가 현실화된 것이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문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신용대출은 연 소득 이내로 한도가 제한되며, 전세대출 역시 규제가 강화돼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출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 강화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재무 상태와 향후 현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출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대출 상환 능력을 사전에 점검하고, 필요시 금융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맞춤형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규제의 핵심은 주담대 한도 축소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 심사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덧붙이는 제도다.
지난해 9월 시행된 2단계에서는 수도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됐다. 이번 3단계부터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기타대출까지 모두 1.5%포인트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는 주택 구입 시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주담대 만기도 30년으로 단축됐다. 사실상 전 은행권에 총액 제한을 건 것은 유례없는 규제라는 평가다.

연 소득 1억원인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금리 4%의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 한도가 최대 6800만원 줄어든다. 이마저도 6억원 상한선 규제에 걸려 주기형과 혼합형은 각각 추가로 5000만원과 700만원이 줄어든다.
◆신용대출·카드론 한도 대폭 축소…서민 대출길 더욱 좁아지나?
신용대출도 한도가 대폭 줄었다. 6·27 대책에 따라 은행별로 연 소득의 1~2배 수준으로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가 이제는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된다. 서민 긴급 자금 통로로 활용되던 ‘카드론’도 신용대출에 포함됐다.
카드론은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이 이뤄지지만 주택 자금 우회 통로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번에 신용대출 한도 산정에 포함됐다. 이미 신용대출을 연 소득만큼 받은 경우 갑작스러운 자금 수요에도 카드론을 추가로 이용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에 자주 쓰이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수도권에서 전면 금지됐다.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전문가들 “대출 전략, 전면 재점검 필요…미래 자금 계획 꼼꼼히”
전문가들은 대출 여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대출 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현금 흐름과 자금 계획을 면밀히 따져보고, 주거래 은행을 통해 DSR 수치와 예상 한도를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실행 시점과 상품 구조를 나눠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이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이번 변화가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금리 상황, 상환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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