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복, 중복, 말복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를 나누는 절기다. ‘삼복더위’라 불린다. 흔히들 ‘복날’ 하면 삼계탕을 떠올린다. 1950년대 후반 닭국에 건조 인삼 분말을 넣은 계삼탕이 원조다. 복날 전통의 보양식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개장국(보신탕)이었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개고기를 파와 함께 푹 삶은 것을 개장”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이 쓴 ‘경도잡지’에도 “삼복에 개장국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복날 최고 보양식으로 대접받던 보신탕이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개 식용 문화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확산되며 지난해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이후 보신탕 전문 식당들은 자취를 감췄다. 복날마다 장사진을 이루던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려는 보양식 문화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염소탕이 대체 보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염소고기 수입 검역량은 2021년 2027t에서 지난해 8349t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올해 5월까지의 염소고기 수입량은 3856.5t으로 전년 동기(2854.6t) 수준을 훌쩍 넘겼다. 염소고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외식 프랜차이즈 식당까지 서울 강남에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염소는 현재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있다. 별도의 산업 육성 정책이나 관리 체계 없이 사육된다. 브랜드나 유통 표준화도 전무하다. 이러다 보니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기에 편승한 부작용이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얼마 전 95세 나이에 골프를 즐기며, 꿈의 70타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70타 인생 샷’ 비결로 “골프는 60세가 넘어서 배웠는데, 30년 동안 100타 언저리였다가 아흔이 넘으면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 매일 1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아령도 200회씩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흑염소 고기를 매일 먹는다. 식당에서 일주일치를 사서 냉면에도 넣고 블루베리랑 갈아서도 먹는다”고 했다. 복날, 당신의 식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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