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망서 임 지검장 공개비판
임 ‘항변할 때 아냐’ 메시지 보내자
“괴물 안 되려 좋은 자리 거절했다”
이른바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검찰 내부 비판자’로 꼽히는 임은정(30기) 서울동부지검장을 향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이냐”고 공개 비판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임 지검장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검사장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적었다. 임 지검장이 보냈다는 메시지에는 ‘우린 변명이나 항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상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꾸어보자’는 내용이 담겼다.

안 검사는 임 검사장이 답장을 읽지 않아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면서 “저는 검찰이 변해야 한다, 개혁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임 검사장과 같은 생각이었다”며 “다만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수사와 인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랜드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것이 침해됐다고 생각해 대형 사고도 쳐봤다”며 “그 과정에서 어느 유력 정치인과 대척점에 서다 보니 당시 제가 근무하던 자리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안 검사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검찰을 원했던 저의 행동이 저를 가장 ‘정치적인 검사’로 만들도록 길을 터준 셈”이라며 “그래서 그 자리들을 거절했다, 저 자신이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임) 검사장께서 검찰이 바뀌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발견한 현답을 후배들에게 알려달라”며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어떻게 오늘을 바꾸면 되는지 방향과 방법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부장검사였던 임 지검장은 이재명정부 첫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동부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그는 4일 취임사에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검찰은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연일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