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위해…이국종, 大法에 이재명 구명 ‘자필 탄원서’
2019년 9월 공식 운항…‘날아다니는 응급실’, 여름 가치↑
민선 8기 ‘김동연호’ 이송 횟수 증가세…환자 인계점 확대
올해 3월 경기 이천시의 한 도로 위. 교통사고를 당한 50대 여성이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비장 파열과 동맥 손상으로 ‘골든아워’를 놓칠 경우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원에서 이륙한 닥터헬기는 사고 발생 28분 만에 현장에 도착,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했다. 응급수술을 받은 이 여성은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경기도의 닥터헬기가 지난 6년간 1843번 출동해 중증외상환자 1804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송 환자 생존율은 97.8%에 달한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아주대병원과 협력해 2019년 9월 닥터헬기의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출동 횟수는 1843건으로, 지난해에만 573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8대의 닥터헬기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유일하게 24시간, 365일 운항 체계를 갖춘 덕분으로, 야간·심야 응급상황에도 출동한다. 119종합상황실과 아주대병원 항공의료팀은 기상 조건, 접근성, 환자 상태를 종합해 출동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해 이송 환자 573명 중 294명(51.3%)은 교통사고 환자였다. 이어 추락사고 및 미끄러짐 160명(27.9%), 부딪힘 49명(8.6%), 기계적 손상 22명(3.8%), 관통상 20명(3.5%), 기타 28명(4.9%)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화성 120건, 이천 90건, 평택 79건, 광주 55건, 안산 46건, 양평 37건, 용인 28건, 안성 27건, 여주 20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도 관계자는 “고속도로 교통량, 산업시설 밀집도, 공사 현장 등 지역 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헬기 안에선 응급실에 맞먹는 의료 활동이 이뤄진다. 외상 외과 전문의가 동승해 심전도 모니터, 자동 심장압박장치, 인공호흡기 등을 활용해 산소 공급, 수액 주입, 출혈 제어의 처치를 한다. 탑승 환자 역시 대동맥 파열, 복부·흉부 손상, 골반 골절 등 중증외상환자들이다.
지난달에도 안성에서 흉부 대동맥 손상이 의심되는 31세 남성이 사고 발생 54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경기도의 닥털헬기 도입은 2019년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당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산물이다. 이 대통령은 “헬기 착륙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도가 책임지겠다”고 했고, 이 원장은 평생 숙원인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지사직 박탈 위기에 처한 이 대통령을 변호하는 자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근 도는 닥터헬기 운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시설과 고위험 지역에 설정한 인계점(응급환자 인수·인계 지점)을 기존 176곳에서 182곳으로 늘렸다. 평택 LG전자 디지털파크,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단지 등이다.
유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경기도 닥터헬기는 교통사고와 외상 사고가 잦은 여름철에 더욱 가치가 빛난다”며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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