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출 막자’는 한은, 내부 직원에는 수천만원 저리 대출

입력 : 2025-07-07 07:12:30 수정 : 2025-07-07 07:12:29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은 직원 112명에 총 45억8000만 원 대출
1인당 평균 3800만 원… 금리는 연 3.4%
서울 시내의 한 제2금융권 지점에 대출 창구 안내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1인당 수천만 원 규모의 주택자금대출을 자체적으로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부동산 쏠림 현상’을 지목해온 한은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저금리 주택대출을 운영해온 셈이어서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112명의 직원에게 45억8천만 원의 주택자금대출을 지원했다. 1인당 평균 3천800만 원 규모로, 대출 금리는 연 3.4% 수준이다.

 

한은은 무주택 실거주 조건을 충족하는 근속 1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천만 원 한도의 주택자금대출을 제공해왔다. 매입 자금일 경우 최장 20년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이며, 전월세 자금은 계약 만료 시 일시 상환 방식이다.

 

이 같은 제도는 유관기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혜택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2020년 주택자금대출 제도를 폐지했으며, 현재는 지방 근무자 숙소 제공과 생활안정자금 대출만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0원’이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일반 은행원은 자사 은행이 아닌 타 은행에서 주택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며, 적용 금리 역시 일반 고객 수준과 다르지 않다.

 

대출 금리도 시중보다 낮은 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로, 한은 내부 대출보다 0.8%포인트 높았다.

 

또한 한은 직원이 받은 대출은 시중 신용평가 시스템에 공유되지 않아, 신용등급이나 대출한도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시중은행 기준 대출 가능 금액이 1억 원인 사람도, 한은 내부 복지 덕분에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내부 대출이 외부에 공유된다면 일반 대출 가능 금액은 줄어든다.

 

이 같은 내부 복지는 부동산시장 안정과 통화긴축 기조를 동시에 강조해온 한은의 행보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출 경우 수도권 부동산 가격만 자극할 수 있다”며 부동산 자산 버블 우려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국은행 측은 “무주택 실거주 요건을 요구해 갭투자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으며, 은행연합회 공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제도 운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