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달콤한 인생’ ‘남한산성’ 등 10편 상영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영광스럽습니다. 한편으로 제가 특별전을 열 만큼 잘 해왔는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기 인생 30년을 넘긴 배우 이병헌(54)이 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3일 개막)는 배우 이병헌을 조명하는 특별전 ‘더 마스터: 이병헌’을 마련하고, 4일 부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병헌은 이날 “민망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어릴 적 대선배들이 특별전을 여는 걸 보며 ‘나는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날이 내게도 왔다는 게 뿌듯하고 보람차다”고도 했다.
특별전에서는 ‘공동경비구역JSA’(2000) ‘번지점프를 하다’(2001) ‘달콤한 인생’(2005) ‘그해 여름’(2006) ‘악마를 보았다’(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내부자들’(2015) ‘남한산성’(2017) ‘남산의 부장들’(2019)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등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이병헌은 “제가 좋아하고, 영화 인생에서 의미 있었던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며 “가능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골고루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 특별전 제목은 ‘더 마스터’지만, 나는 ‘더 몬스터’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병헌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괴물(몬스터)같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병헌은 21세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 중 하나다. 김지운, 박찬욱, 황동혁, 엄태화 등 국내 대표 감독들과 작업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일찍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지.아이.조’ 시리즈, ‘레드: 더 레전드’ 등 작품에 출연해 국제적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최근에는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 TV쇼·영화 부문 모두에서 전 세계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는 “저초차 어리둥절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신나는 일”이라며 “K팝의 현재 위치는 이 업계에 있는 저조차 새삼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와 극장 산업의 위기론에 대해서는 “무언가가 안착되기 직전, 정신없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영화와 극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탈출구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겼고, 그 장점은 분명하다”며 “과거엔 영화인들의 세계를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 진출을 꿈꿨지만,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훌륭한 작품을 만들면 전 세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철학도 전했다. 배역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그는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많고, 각기 처지도 다 다르기 때문에 타인을 폭넓게 관찰하며 공감대를 넓히려 한다”며 “나에게 어떤 인물이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그를 받아들이는 마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연기를 하며 산 시간이 인생의 반을 넘었다”며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고, 캐릭터들이 짬뽕된(섞인) 것이 지금의 내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