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 맞은편에는 세브란스병원이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규모가 큰 종합병원 중 하나다. 어느 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중국 친구와 병원 앞을 지나가다 친구가 유리창 너머를 보며 “와, 여기 병원 1층 식당이 정말 크다”라고 말했다. 나는 “거긴 식당이 아니라 장례식장이야”라고 설명했다. 친구는 깜짝 놀라며 병원과 장례식장이 같은 건물에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왜냐면 중국인의 생각으로는 병원은 생명을 구하는 곳이고 장례식장은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므로 두 공간은 따로 떨어져 있어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장례식에 직접 가본 적이 없지만,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하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병원 지하에 마련된 장례식장을 자주 볼 수 있다. 꽃과 영정사진, 향이 놓인 조문실이 따로 준비되어 있고 조문객이 식사하거나 쉬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문객들이 음식을 같이 먹고 소주를 마시며 고인을 기리는 장면이다. 이런 분위기는 가족이나 친지 모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의 장례는 체계적이고 조용하다. 대부분 삼일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을 대신해 전문 업체가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유족은 조문객을 맞이하고 상주의 역할만 하면 된다. 조문객은 와서 절하고 꽃을 바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한 뒤 상주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은 뒤 식사를 한다. 이런 방식이 차갑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안에 따뜻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또 사회적 관계를 정리하는 일종의 ‘작별 인사’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중국 남부 후난성에 있는 작은 농촌 출신이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마을 사람 전부가 알게 된다. 장례 당일에는 앞줄에 악대가, 뒷줄에는 상복을 입은 가족이 줄을 서서 마을 입구까지 걷는다. 상복, 종이 장식, 지전, 꽃다발이 줄지어 놓인다. 때로는 지방 극단을 불러 온종일 전통극을 상연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장면이 ‘촌스럽고 미신 같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고인을 위한 마지막 효도이자 가족과 공동체 간의 정을 나누는 의식이다. 중국 장례식의 소란함 속에는 진심 어린 슬픔과 이별의 마음이 담겨 있다.
요즈음 중국 도시에서도 장례 문화는 점점 현대화되고 있다.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은 장례 차량으로 빈소로 옮겨지며, 시립 장례식장에서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 절차는 간단해졌지만 슬퍼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가족은 전통을 지키고, 어떤 가족은 간소하게 치르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정성’과 ‘애도’가 있다.
장례 문화는 각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근심의 끝을 경건히’ 여기는 문화이고, 한국은 ‘질서 있는 예식’으로 고인을 보내는 방식을 중시한다. 겉모습은 달라도 그 안에는 모두 고인을 향한 존경과 사랑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서로 다른 장례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문화충격으로 시작해 지금은 다르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군가는 마을 골목에서 피리 소리 속에 부모를 보내고, 누군가는 하얀 꽃 사이에서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방식은 다르지만, 마음은 모두 진심이다. 장례식은 끝이 아니라 사람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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