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사후에 작성된 포고문에 서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그동안 대선 국면에서 불법 계엄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해 온 한 전 총리의 언행을 정면으로 뒤집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해야 한다’는 헌법 제82조 위반에 한 전 총리가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그간의 해명에 반하는 것이 된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새로운 계엄 선포문이 작성됐다가 폐기된 정황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그제 윤 정부 당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 수사에서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문건이 사후에 작성돼 한 전 총리 서명을 받았다는 결정적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한 전 총리가 서명 후 며칠 뒤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해 결국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사후에 문서 작성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하면서 한 전 총리 뜻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을 특검팀이 확보했다.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일부 국무위원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도록 하라고 직접 연락한 핵심 인물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개최된 국무회의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소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계엄 이후 대선까지 한 전 총리의 행보는 여러 의구심을 낳았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로 혼란을 키웠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에도 대선 출마를 강행했다. 계엄 국무회의 당시 한 전 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의 실제 행적이 계엄과 관련 없다는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55년간 공직생활을 이어온 한 전 총리는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해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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