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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17년 전 英의 기후에너지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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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30 22:48:30 수정 : 2025-06-30 2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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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규제’ 부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진흥’ 부처인데, 두 조직을 합치면 규제·진흥 둘 다 놓칠 수 있다.”

6·3 대선이 끝나고 만난 한 정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 조직 간 결합이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가 현재 환경부의 기후 조직과 산업부의 에너지 조직을 합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논의 중이다.

김승환 사회부 기자

며칠 전 한국기자협회·(사)넥스트가 영국에서 진행한 언론인 해상풍력 연수를 통해 만난 영국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Third Generation Environmentalism)의 맷 웹 이사는 2008년 영국이 새 정부 부처인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를 만든 후 생긴 변화에 대해 “환경부(DEFRA)와 기업부(BERR) 소속 공무원 간 격렬한 토론이 이뤄졌고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이 나왔다”고 밝혔다.

영국은 17년 전 ‘기후에너지부 실험’을 벌였다. 그 실험 결과는 현재까진 성공적이다.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는 2016년 산업 조직이 더해져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BEIS)로 확대됐다가 2023년 다시 에너지·기후 중심인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로 재편됐다.

웹 이사는 2009년 에너지기후변화부에 합류해 오랜 기간 에너지 전환·기후변화 정책·국제 협력 등 업무를 맡았다. 두 조직 간 차이가 ‘격렬한 토론’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혁신적 정책’을 만들었다는 웹 이사의 경험담은 기후에너지부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할 만하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이 필수불가결한데, 우리나라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환경부와 산업부로 분산돼 있다 보니 전환에 속도가 붙지 않았던 터다. 웹 이사도 2008년 전 영국 상황에 대해 “환경부와 기업부가 각각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탄소중립을 다루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웹 이사가 영국의 혁신적 정책 사례로 든 건, 정부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계약 단가를 정해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CfD(차액계약) 제도였다. 예측 가능한 수익을 보장해 투자를 활성화한 동시에 가격경쟁입찰제로 재생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춰 영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한 제도다.

우리도 기후에너지부가 만들어지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국 CfD 제도와 같은, 한국 전력시장 여건에 맞는 혁신적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이 성공을 거두는 데에는 단순히 기후에너지부만 있으면 되는 건 아니다.

웹 이사는 기후에너지부의 ‘독립성’이 지켜져야 하고, 특히 산업계와 같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국의 경우 총리, 한국은 대통령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기후에너지부의 새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적극 지지해줘야 한다. 그게 근본적 변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결국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성공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재명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승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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