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리 번호를 계속 되뇌다가
사람이 적은 버스에 올라타고서
어쩐지 사람이 너무 적더라,
되뇌던 번호가 아니란 걸 깨닫고도 내리지 않았다.
차가 멈추면 나한테로 와,
이리로 와,
혼자 앞좌석에 앉은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손짓했다.
옆자리를 비워둔 채로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자리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사랑하게 된 나의 자리,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찾아줘야 하지.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더는 사랑할 수 없는 나의 자리.
(하략)
사람들 틈에서 유난히 말을 많이 한 날, 많이 웃은 날, 그런 날 밤에는 어쩐지 잠을 설치게 된다.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자리”로 돌아왔는데도 잡념을 쉽게 떨치지 못해 어두운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게 된다. 나는 또 오늘 얼마나 애를 썼나. 조용한 나의 자리를 뒤로하고 사람들 속의 한 사람이 되려고. 거기 어울리는 사람으로 온전해보려고.
“나한테로 와, 이리로 와” 옆자리를 비워둔 누군가 손짓해 불러주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그 자리는 내 것이 아닌 듯해 엉거주춤하는 모양이란….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흔들리는 손잡이만 간신히 붙든 기분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나의 자리.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자리. 사랑하고 있다면, 결국 어디로든 갈 수 있겠지.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주문처럼 나만의 번호를 되뇌어보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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