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8일 오전 8시 전북 군산시 신시도 해변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관광객 A(60대·여)씨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일대를 수색한 지 3시간여 만에 A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바닷물에 빠져 숨을 거둔 뒤였다.

썰물 때를 이용해 해루질(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하다 사고가 난 사례는 서해 갯벌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0분쯤 군산 인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앞바다에서는 갯바위 인근에서 해루질하던 여성 2명이 바다에 빠져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인근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시민에 의해 구조돼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은 뒤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 중 한명이 숨졌다.
서해안에서 발생한 이런 사고자들은 모두 갯벌이나 얕은 바닷물에서 조개를 캐던 중 물때를 알지 못해 밀물에 의해 바다에 고립되거나 바닷물에 빠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군산해경이 해마다 반복되는 해루질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해루질 안전 손목밴드’를 개발해 갯벌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 현장 체험학습 참여자 등에게 지급한다고 30일 밝혔다.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이번 제도는 해루질 중 물때를 놓쳐 발생할 수 있는 익수·고립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조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취지다.
군산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산해경 관내에서 발생한 해루질 관련 사고는 모두 6건으로,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3건(3명 사망)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자들은 주로 해변이나 얕은 바다에서 조개, 소라 등을 잡는 재미에 빠져 있다 밀물 시간을 알지 못해 제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립되거나 익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종패를 뿌려둔 마을 공동 어장에서 해루질하다 신고되는 경우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2020년 8건에 불과하던 신고 건수가 지난해는 43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이에 군산해경은 이를 위한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손목밴드형 안전 장비를 도입했다. 이 손목밴드는 착용이 간편하고,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海(해)로드’ 앱에 즉시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앱을 통해 사용자는 물때와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별도 회원 가입 없이도 구조 요청이 가능하고, 구조기관에 자신의 위치 정보를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여기에 야간 수색 시 활용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 기능도 갖춰 구조자의 위치 식별을 돕는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즐기기 위해 찾은 갯벌에서의 해루질이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안전 손목밴드를 보급하게 됐다”며 “해루질 목적의 방문자들은 사전에 물때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마을 공동어장 등에서는 절대 무단 채취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