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동안 풀리지 않던 미제 사건의 범인이 집념의 수사 끝에 밝혀졌다.
지난 27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 40회에서는 인천 연수경찰서 강력팀장 박기훈 경감,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직접 해결한 수사 일지를 펼쳤다.
사건은 8차선 도로 인도 위,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로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는 피에 젖은 러닝셔츠만 입은 상태로 사망한 상태였다. 피해자는 40대 택시기사로, 한 살 짜리 아이를 둔 성실한 가장이었기에 더욱 안타깝게 했다.
현장에 없었던 피해자의 택시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주택가에서 연기에 쌓인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차량 설명서가 불쏘시개로 사용된 모습이었다.
인근 CCTV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의 두 남자가 포착됐고, 이들 중 한 명은 피해자의 유니폼 상의를 들고 있었다.

피해자의 혈흔 외 범인의 혈흔 네 점이 발견됐지만 당시 과학 수사 기술로는 B형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찾기가 힘들었다. 범인 추정 차량도 포착됐지만 특정은 어려웠고, DNA 일치자도 없었기에 미제 사건으로 남겨지게 됐다.
사건의 재수사가 진행됐던 가운데 12년 후, 미제팀에 합류한 박기훈 형사는 택시의 사진을 다시 보고 차량 설명서의 출처를 의심했다.

안을 헤집은 흔적이 없었기에 미리 범인이 챙겨왔던 것일 수도 있었던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증거 자료로 보관됐던 차량 설명서를 통해 쪽지문 세 점이 새로 발견되었다.
이어 차종과 시리즈, 출고 연고 등을 추측했고, 약 10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며 용의자 수를 300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 수사 당시 차량 리스트 등을 조사하니 지문이 일치한 사람 1명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한 달 전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었다. 계속된 수사 끝에 2인조 용의자 중 최 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최 씨는 범행 나흘 후 차량을 급히 판매하고, 지방으로 도망갔다. 최 씨의 모든 기록을 찾아낸 뒤, 그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버린 휴지를 확보해 DNA 일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택시기사를 살해한 후 15년 동안 이중생활을 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안겼다.

16년 만에 검거된 최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 날의 일을 잡아뗐다. 사건의 공범은 최 씨보다 한 살 많은 교도소 동기였다. 공범은 강도만 인정한 채 살인은 최 씨가 저질렀다고 미뤘다.
그는 우연히 탑승한 택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지만 가방에 갇혔던 피해자가 탈출해 최 씨가 쫓아갔다가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긴장정점검사(POT)을 진행해 범인만 아는 물건 혹은 장면을 보여준 후 반응하는 뇌파 분석을 통해 혐의점을 확인했고, 법의학 감정 결과, 두 명이 함께 해야 가능한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공범은 살인죄에 대해서는 발뺌한 가운데 최 씨 역시 범행을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 갓난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그 긴 시간 힘써주신 형사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피해자 아내분은 ‘범인을 잡았다’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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