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딛고 다시 일어선 기훈
‘칼 쥔’ 기훈의 마지막 선택은
데스게임 속 교차하는 인간성
반란은 실패했다. 나를 믿고 반란에 가담한 많은 이들이 허망하게 죽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잔혹한 ‘데스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죽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가 27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2021년 첫 시즌이 나온 뒤 4년 만에 공개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다.

시즌3는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주인공 ‘기훈’의 죄책감에서 시작한다. 시즌3는 지난해 말 나온 시즌2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시즌2와 3은 동시에 촬영된 연속된 이야기지만, 넷플릭스는 시즌2(7부)와 시즌3(6부)로 나누어 공개했다. 시즌2가 서사의 전초전이었다면 시즌3는 절정과 결말에 해당한다. 시즌2에서 황동혁 감독이 던진 인간성과 오징어 게임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시즌3에서 본격화된다.
시즌1에서 오징어 게임 우승자가 된 기훈은 456억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쥐었지만, ‘게임을 멈추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게임 참가자로 귀환한 인물. 이러한 선택에서 드러나듯, 시즌3의 기훈은 여전히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프론트맨’(이병헌)은 기훈의 이상을 깔아뭉개며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고 냉소적으로 질문하는 인물. 그는 VIP들과 함께 살인 게임을 관전하며 참가자들의 운명을 장기판의 말처럼 예측한다.

돈 있는 자가 절박한 사람들을 유희거리로 내모는 ‘게임’은 계속된다. 시즌3에서 기훈에게는 ‘칼’을 무기로 쥘 기회가 주어진다. 칼을 든 기훈이 어떤 선택과 결단을 내리는지는 시즌3의 핵심 관전 포인트.
시즌2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서사도 다채롭게 풀려나온다. 현주(박성훈), 금자(강애심)-용식(양동근) 모자, 명기(임시완), 대호(강하늘), 준희(조유리), 용궁 선녀(채국희), 민수(이다윗), 남규(노재원) 등은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게임에 뛰어든다. 과연 누가 우승자로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시리즈의 주요 재미다.
정든 인물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도 추가된다. 임신한 채 게임에 참가한 준희가 출산한 딸은 시즌3의 ‘열쇠’가 되는 새 얼굴이다. 데스 게임 속에서 태어난 연약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고, 누군가는 아기를 배제하거나 이용하려 든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란 얼마나 미약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강력한지가 드러난다.
예고편에서 공개된 대로, 시즌3의 첫 게임은 숨바꼭질, 두 번째는 줄넘기다. 별 모양이 그려진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참가자가 추격하고 파란 조끼를 입은 참가자는 숨어야 하는 피의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이어 생존자들은 까마득한 고공에서 거대한 로봇 ‘영희’와 파트너 ‘철수’가 돌리는 대형 줄넘기를 넘어 다리의 반대편으로 이동해야 한다.
게임에서 울려 퍼지는 동요 ‘꼬마야 꼬마야’(“똑똑 누구십니까? / 꼬마입니다/ 들어오세요 /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 (…) /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는 익숙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시즌2에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둥글게 둥글게’ 리믹스를 연상케 한다.

대망의 피날레인 만큼, 과거 시리즈의 후일담을 조명하며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시즌1의 탈북민 ‘새벽’(정호연)의 가족, 미국으로 이민간 기훈의 딸 ‘가영’, 시즌2에 등장한 탈북민 병정 ‘노을’(박규영), 혈액암에 걸린 어린 딸을 위해 게임에 참가한 ‘경석’(이진욱) 등 수많은 인물의 뒷이야기가 교차하며 시리즈는 마무리된다.
이전 시즌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긴 ‘딱지남’(공유)를 압도할 ‘딱지녀’도 깜작 등장한다.
죽음의 게임이 끝난 자리에 남은 건 인간성의 잔해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이제 시청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이 지독한 게임을 끝까지 지켜봤는가. 잔혹한 게임의 끝을 확인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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