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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십대여성건강센터… “공공복지 후퇴”

입력 : 2025-06-25 06:00:00 수정 : 2025-06-24 23: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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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나는봄’ 7월 폐쇄 공식화 논란

위기 청소년 지원시설과 유사 지적
2026년 1월 신규 통합센터 개소 계획
대책위 “특수 기관 고려 유지해야
신설 대신 기능 확대로 보완” 주장

서울시가 10대 여성 건강·의료 지원기관인 ‘서울시립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 및 신규통합센터 설치 입장을 공식화했다. 십대여성건강센터는 가출·성매매 등으로 위기에 몰린 10대 여성 청소년의 건강·의료지원을 위한 기관이다. 센터 종사자와 시민단체 등은 2021년 오세훈 시장 복귀 이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 서울시의 사회복지시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며 “공공복지 축소 움직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해 온 십대여성건강센터를 다음 달 4일 위탁 기간 만료에 따라 종료하고, 내년에 위기 청소년의 통합지원이 가능한 신규 센터를 새롭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가 2013년부터 운영을 맡아왔다. 시는 운영상 문제 등으로 센터 위탁운영을 종료하고 신규 통합지원센터를 출범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올해 3월 수탁법인인 막달레나공동체가 재위탁 종결 의사를 지난 3월 시에 통보했으며, 시는 이에 따라 위탁 만료 시기에 맞춰 운영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센터는 위기청소년 지원시설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며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 주요재정사업 평가에서 ‘미흡(60점)’ 평가를 받았다. 최근 3년간의 지원 실적이 대부분 정보·기초생활물품 지원에 치중(73.4%)돼 있고, 필수 기능인 의료·건강지원 비중은 26.6%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조직 내 반복된 인사 갈등 및 회계부정, 민간위탁 규정 위반 사례도 다수 확인돼 센터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온라인 성착취 대응 및 심야 의료지원과 상담이 가능한 신규 통합지원센터를 내년 1월 문을 열 계획이다. 신규 센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조기 발견하고, 긴급구조·의료 지원 등 현장 접근성 기능을 갖춰 실질적 지원이 강화된다는 게 시 설명이다. 통합센터 개소 전까지는 기존 수탁법인이 수요자 지원을 이어간다. 센터 개소 후에는 신규 센터를 통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종사자와 시민단체는 ‘십대 여성 청소년들과 노동자를 무시하는 졸속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돌봄 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해산에 이은 시의 공공복지 후퇴의 연장선이란 시각이다. 이에 센터 종사자와 공공운수노조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전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조치를 신청했다. 긴급구제는 인권위의 판단에 따라 행위의 중지를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대책위 측은 10대 여성 지원이라는 특수한 기관 성격을 고려해 센터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 센터의 신규사업·기능확대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가 센터를 직영하거나 신규 수탁법인을 공고해 지속운영을 보장하고, 위기 10대 여성 지원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인사 갈등 등은 모두 해소된 사안으로, 서사원 해산 사례처럼 복지 사업이 재정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면서 “전국에서 유일한 10대 여성 지원기관인 센터를 없애겠다는 것은 공공복지 영역에서 여성과 청소년을 지우겠다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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